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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공권력 행세

용역업체 컨택터스가 자동차 부품업체인 SJM 등에 투입돼 무차별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 보도되면서 슬그머니 입길에 오른 기업이 있다. 이라크전쟁 등에서 대활약한 미국 민간군사기업(Privatised Military Company) 블랙워터다. 민간군사기업은 다소 생소하지만 ‘사설 군대’ 또는 ‘전쟁 대행사’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거다.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면 블랙워터란 귀에 익은 이름을 들으며 이 회사가 떨친 악명을 기억해낼 수도 있다.

이라크전쟁이 한창인 2007년 9월 바그다드 거리를 지나던 미국 국무부 차량 부근에 박격포탄이 떨어지자 블랙워터 소속 경호원들이 무차별 발포해 민간인 17명이 숨졌다. 무장 이라크인의 공격에 대한 대응사격이란 블랙워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블랙워터는 요인 경호나 호송, 빌딩 경비가 주업무지만 때로는 전투 같은 직접적 군사활동에도 참여했다. 그 점에서 신종 용병공급처였다. 블랙워터는 흑수병(黑水病), 폐수란 안 좋은 어감 탓인지 이름을 최근 ‘Xe서비스’로 바꿔 성업 중이라고 한다.

 

 

이라크에서 요인 경호를 하고 있는 민간군사기업 블랙워터 직원들. 이들은 요인 경호

뿐 아니라 실제 전투에도 참가하는 등 용병역할까지 했다. 최근 노동자들을 폭행해 물의를 빚은 국내 용업업체 컨택터스는 블랙워터같은 민간군사기업을 지향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용역업체 컨택터스의 부각에 블랙워터를 떠올리는 데는 무슨 합리적인 이유가 있나. 있다. 첫째, 컨택터스 스스로 민간군사기업을 표방한다. 컨택터스는 “불미스러운 일로 걱정을 끼친 것에 사죄한다”며 현재 홈페이지를 닫아둔 상태지만, 과거에는 보유하고 있는 군사장비들을 열거하며 ‘민간군사기업’을 지향한다고 소개했다. 아프가니스탄 등으로도 진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미국의 대표적 민간군사기업 블랙워터를 생각나게 한다. 또 정권과 가까워 비호를 받은 의혹이 있다거나, 이 회사가 노동자들에게 ‘사적 폭력’을 휘두른 것을 관할 경찰서장이 알고도 방치했다고 밝힌 대목도 그렇다. 이쯤 되면 민간이 휘두르는 공권력이다.

이 정권 들어 유난히 민간이 공권력 행세를 하는 일이 많아졌다. 작년 희망버스가 한진중공업을 찾았을 때 어버이연합이 버스에 난입해 승객을 검문한 것이나, 2009년 서울 대한문 앞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에 극우인사들이 몰려와 가스총을 쏜 것 따위가 그 사례다. 이는 공권력의 실추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라고 본다. 굳이 구분한다면 극우주의자들의 반정부 시위 방해가 아마추어형이었다면, 컨택터스의 공권력 행세는 프로의 냄새를 풍긴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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