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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인간 기록의 한계

지난 6일 런던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승. 관심은 온통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26)가 자신의 세계기록 9초58을 깨뜨리느냐에 쏠렸다. 결과는 9초63. 볼트는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 때 세운 기록을 경신하지 못하고 올림픽 신기록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볼트의 신기록 작성 능력을 믿는 것 같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세운 세계기록 9초69를 불과 1년 만에 무려 0.11초나 단축한 볼트 아닌가.

100m 스프린트에서 0.11초는 과장하면 영겁(永劫)의 시간이다. 그걸 1년 만에 단축했으니 나이로 보나 신체조건으로 보나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볼트의 신기록 행진은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다시 0.11초 정도 단축하는 건 그저 시간문제다. 이렇게들 생각할 법하다.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 100m에서 9초58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뒤 포효하는 우샤인 볼트. 그의 신기록 행진이 언제까지 이뤄질지 궁금하다.

그러나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마크 데니 교수 생각은 다르다. 근착 이코노미스트지는 올림픽 표어를 패러디한 ‘더 빨리, 더 높이, 더 이상은 아니야(Faster, higher, no longer)’란 기사에서 이와 관련한 논란을 소개하고 있다. 데니 교수의 계산으로는 추가로 0.11초를 단축하는 것은 인간 운동능력의 절대적 한계를 넘어선다. 100m 경주에서 인간의 속도는 초당 10.55m가 한계인데, 이를 시간으로 따지면 9초48이 된다. 즉 볼트가 0.1초까지는 줄일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슷한 계산법을 통해 마라톤 능력을 따져본 결과, 남녀 모두 2시간2분 이하로 나왔다. 현재 최고기록은 남자 2시간3분38초, 여자 2시간15분25초다.

그런가 하면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2004년부터 수행된 다른 연구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의 100m 경주는 오는 2156년 8초08로 수렴될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스포츠 통계학자들은 이런 계산법이 과거의 추세가 그대로 지속되리라는 전제 아래 미래를 예측하는 ‘선형(線型) 외삽법(外揷法)’에 의존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한다.

어쨌거나 분명한 건 두 가지다. 볼트와 같은 위업을 보는 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기록 도전을 멈출 수 없을 것이란 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데니 교수가 자기 한계를 넘어서는 선수를 보게 되면 스릴을 느끼겠지만 돈을 걸지는 않을 것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