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스폰서’를 쳐보니 보증인·후원자란 뜻의 라틴어가 어원이라고 돼 있다. 지금은 방송 프로그램·스포츠 행사 등의 광고주나 자선행사의 후원자, 장학금·교육비를 지원하는 후원자 등을 스폰서라고 부른다. 특정 집단 내부에서만 특별한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따금 연예인 스폰서 사건이 일어난다. 일부 여자 연예인이 돈 많은 물주와 스폰서 계약을 맺고 애인노릇을 하다 말썽이 나는 경우다. 이런 건 스폰서 관계로 위장한 매춘거래나 다름없다. 정치인들에게도 나름의 스폰서가 있다. 한명숙 전 총리 뇌물사건에서 검찰은 곽영욱씨를 한 전 총리의 스폰서로 지목했다.
검사들도 스폰서를 둔다. 순환근무 특성상 지방에 홀로 나가 있는 경우가 많다. 수사팀 회식을 하거나 부족한 수사비를 메우기 위해 스폰서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다보니 스폰서 문화는 검찰의 오랜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오늘날 검찰에서 스폰서는 주로 사시 동기인 변호사나 학교 선배 등을 뜻하는 일상어다. ‘스폰’이란 줄임말로 부른다.
그러나 가끔씩 탈도 난다. 지난해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는 스폰서와 외국 여행을 같이 하고 거액의 아파트 구입비를 싸게 빌린 게 문제가 돼 낙마했다.
끝내 검찰이 스폰서 문제로 호되게 걸렸다. 그제 밤 방영된 MBC ‘PD수첩’ ‘검사와 스폰서’를 본 많은 시청자들은 너무나 충격적인 내용에 아연실색했다. 폭로 내용은 검사가 스폰서한테서 가끔 향응 좀 받고 명절 떡값 정도는 챙길 거라는, 상식적 수준의 ‘일탈’을 과도하게 넘어섰다. 정기적 상납과 향응, 성접대까지 이런 막장 드라마가 없다. 너무 적나라해 차라리 폭로 내용이 거짓말이었으면 할 정도다. 아무리 타락했다기로서니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라”라는 법언을 배우고 새겼던 이들이 그럴 수야 있겠는가.
그러면서도 불안한 건 이 폭로들이 대부분 사실일 거라는 불길한 예감 때문이다. 검찰은 오래 전부터 정치검찰, 견찰, 떡찰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여기에 스폰서 검찰이란 딱지 하나 추가한다고 해서 무에 대수겠느냐는 체념이 널리 퍼진 게 아닌가. 한국 사회 앞에는 또 다른 중대한 진상규명 과제가 던져졌다. 검찰은 스폰서와 유착해 공과 사를 혼동하고 거짓말을 일삼는, 윤리적으로 타락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는 상극인 집단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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