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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김민기 1972년 여름 마산 수출공단의 노동자들과 해변으로 놀러 갔을 때의 일이다. 막 석양이 지는 바닷가로 하나 둘씩 돌아오는 고깃배들을 바라보다 그는 “야, 참 멋있는데”하고 중얼거렸다. 그 때 옆에 있던 여성 근로자가 쏘아 붙였다. “그 사람들은 모두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어요. 뭐가 멋있다는 거지요?” 그 때 그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 이 작은 체험이 그 자신의 지식인적 사고방식과 감성적 기반에 대해 근본적인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민기에 관한 글의 일부이다. 그는 서울대 회화과 재학 시절이던 1970년 양희은에게 데뷔곡 ‘아침이슬’을 비롯해 많은 노래를 만들어 주었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으로 시작되는 노래는 뚜렷한 정치성이 없는데도 1975년 방송금.. 더보기
[여적] 브레진스키 1977년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컬럼비아대 교수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했다. 폴란드 출신인 이 공산주의 전문가는 인권외교를 표방한 카터 대통령의 그늘에서 차가운 국제전략을 구사한 ‘매파’였다. 그는 카터가 중시한 인본주의적 목표 달성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미국의 군사적 능력을 확립할 것을 강조했다. 당시 전반적인 세계정세는 비둘기파인 사이러스 밴스 국무장관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브레진스키의 입장을 강화시키는 방향이었다. 1979년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 인질사건과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결정적으로 카터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현실주의적 방향으로 선회시켰다. 그가 1997년 출간한 ‘거대한 체스판’ 역시 미국의 현실적 국익을 앞세운 입장에서 쓴 21세기 미국의 국제경영 전략 안내서다.. 더보기
[여적] 국제전범재판소 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국측은 독일과 일본의 전범 단죄를 위해 뉘른베르크 및 도쿄 국제군사재판소를 각각 설치했다. 전범들은 죄질에 따라 A급, B급, C급으로 분류됐다. 뉘른베르크 법정에서는 요아힘 폰 리벤트롭 전 외무장관 등 A급 전범 12명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리벤트롭은 교수대를 오르며 “세계 평화를 빈다”라는 말을 남겼다. 빌헬름 프릭 전 내무장관은 교수대에 오르지 않으려고 몸부림쳤다. 도쿄 재판소에서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28명이 A급 전범으로 기소돼 7명이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 재판소들과 1993년 설치된 유고 국제형사재판소, 1994년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 등이 전범을 형사처벌하기 위해 설치된 국제재판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한시적인 법정이었다. 상설 국제형사법정의 필요.. 더보기
[여적] 크리켓 재작년 크리켓 경기에서 인도가 숙적 파키스탄에 패배한 것을 비관해 인도 청년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크리켓의 열렬한 팬이었던 그는 인도팀이 파키스탄에 4연패하자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또 이 패배는 인도 최대 축제인 디왈리의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잘 와닿지 않는 얘기지만 크리켓이 영국과 영연방 국가에서 누리는 인기를 고려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크리켓은 영국의 국기(國技)이다. 11명으로 된 두 팀이 교대로 공격과 수비를 하면서 공을 배트로 쳐서 득점을 겨루는 경기란 점에서 야구와 비슷하다. 18세기에 지금의 모습을 갖춰 호주, 남아공,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성행하고 있다. 선수의 복장은 깃이 달린 순백 셔츠에 플란넬의 백색 긴 바지 차림으로 영국 신사답고 사.. 더보기
[여적] 핵거래 1998년 5월 인도의 바라티야 자나타당 정권은 국제적 반대를 무릅쓰고 핵실험을 강행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자신의 책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 당시 인도를 방문한 소감을 이렇게 썼다. “단 한명이라도 좋으니 ‘이런 핵실험은 바보짓이다, 핵무기는 안보에 보탬이 되지 못하면서 경제제재를 불러오니 손해 보는 장사다’ 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요컨대 신분과 지위를 떠나 모든 인도 사람들이 똘똘 뭉쳐 핵경쟁을 벌여온 파키스탄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며 핵실험에 열광했다는 것이다. 파키스탄과 인도가 감행했던 핵실험은 두 나라에 대한 미국의 사정없는 경제제재로 이어졌다. 미국·인도관계는 2003년 로버트 블랙윌 인도 주재 미국 대사가 이임 연설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