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웅 칼럼 썸네일형 리스트형 희망은 잔인한 거다 희망은 잔인한 거다. 어째선가. 희망의 이름으로 현재의 고통을 유보하고 미래로 전가하기 때문이다. 그럼 현재 진행 중인 고통은 어쩌란 말인가. 서현이의 짧고 불행한 삶을 생각해도 그렇다. 지난 10월 ‘소풍을 가고 싶다’고 의붓엄마한테 말했다가 폭행을 당해 갈비뼈 16개가 부러지며 숨진 여덟 살 이서현양 말이다. 이 사건은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다. 시민단체들은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들었다. 국회에선 아동학대 처벌을 강화하는 특례법 제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죽은 서현이는 돌아올 수 없다. 내가 희망은 잔인한 거라고 말한 이유다. 서현이는 파란 꿈 한번 펼쳐보지 못한 채 떠나 그저 계기로, 교훈으로 남았다. 사람들은 다시는 비슷한 일이 일어나선 안된다며 미래의 희망을 말한다.. 더보기 애국심은 위험하다 애국심은 거룩한 것이다. 그런데 영국 문필가 새뮤얼 존슨(1709~1784)은 “애국심은 악당의 마지막 도피처”라고 악담을 했다. 지금도 심심치 않게 인용되는 이 말은 왠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그러나 무슨 생각에서 이 말을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앞뒤 맥락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인즉 존슨이 이 말을 했다고 세상에 알린 사람은 그의 전기를 쓴 동시대인 제임스 보스웰이었다. 보스웰은 존슨이 비난한 건 전반적 애국심이 아니라 가짜 애국심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편 사전 편찬자이기도 했던 존슨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자신이 만든 영어사전에 ‘애국자’에 대해 “가짜 주화를 가려내듯 외관만 그럴듯한 가짜 애국자를 가려야 한다”고 썼다. 애국자를 자처하면서 당파적 분란만 일으키는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 더보기 민주주의를 위한 ‘내전’ 한국 정치가 내전적 상황이거나, 적어도 정신적 내전상태로 가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과격한'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지난달 말 관람한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 사진전(세종문화회관)이 잠재된 ‘내전의 추억’을 깨우는 계기가 됐다. 추억이라 한 건 우리에겐 한국전쟁이라는 내전의 원체험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전에는 그 유명한 ‘쓰러지는 병사’도 걸려 있었다. 카파가 1936년 첫 종군한 스페인 내전 때 코르도바 전선에서 찍은 것으로, 한 공화파 병사가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했다. 그는 무엇을 위해 공화파 진영에서 싸우다 이런 최후를 맞게 됐을까. 요즘 대선불복론을 갖고 말이 많지만, 스페인 내전에도 비슷한 성격이 있었다. 총선에서 좌파 인민전선.. 더보기 송전탑 밑에서 욕하면서 닮는다고, 미국 전 대통령 부시 유의 이분법적 사고를 비판하면서도 왕왕 이분법에 빠지는 나를 본다. “세상은 선과 악으로 나눠지며 나는 언제나 선이다.” 이게 이분법적이고 독선적인 부시식 세계관이다. 이분법적 세계관은 위험하다. 이분법에 익숙한 시각을 교정하는 데 유익한 기사를 9월14일자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읽었다. 이 잡지는 ‘종의 다양성’ 특집에서 “경제성장이 종의 소멸을 막는 데 기여한다”는 결론을 냈다. 성장과 보전이 늘 충돌하는 가치란 통념을 깬 것이다. 가령 한반도의 남한은 지난 수십년 동안 고속성장한 나라인데, 숲이 잘 보전된 편이다. 반면 북한은 숲이 1년에 2%씩 지난 20년 사이 3분의 1이나 사라졌다. 인간의 성장에 수반하는 과학적, 기술적 진보는 다른 종들에게 혜택을 준다... 더보기 국민적 저항, 누구 몫인가 두 주 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적 저항’이란 말을 썼는데 용례가 독특했다. 그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만난 이튿날 국무회의에서 “야당에서 장외투쟁을 고집하면서 민생을 외면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저도 야당 대표로 활동했고 어려운 당을 일으켜세운 적도 있지만 당의 목적을 위해 국민을 희생시키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말인즉슨 민주당에 준엄한 경고를 발한 것이다. 대통령의 이 발언은 시간이 좀 지났더라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어수선한 현 정국을 파악하는 데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적 저항’이란 말의 쓰임새가 생뚱맞다. 국민적 저항은 권력을 전제로 한다. 즉 권력·정권에 대한 저항이다. 야당도 또 다른 권력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 더보기 이전 1 2 3 4 5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