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언론끼리 우경화를 넘어 치열한 ‘극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이땅의 극우 세력을 오래전부터 목도해왔다. ‘태극기 부대’가 대표적이다.(여기서 ‘태극기 부대’는 은유다.) 태극기 부대는 요즘 굉장히 바쁘다. 국회로, 한남동으로, 광화문으로, 마포 서울지법으로, 재동 헌법재판소 앞으로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해서다. 이들은 태극기, 성조기, 때로는 이스라엘 국기도 갖고 다닌다. 서울지법 폭동 사태에서 보듯 과격한 행동도 불사한다.
▲ 왼쪽은 허위정보와 음모론을 유포하고 폭력행위를 드러낸 신의한수 등 유튜브채널. 오른쪽은 허위정보를 보도 형식으로 유포한 스카이데일리와 윤 대통령 지지성향을 강하게 드러낸 아시아투데이, 매일신문 1면 갈무리.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19일 미디어오늘
언론은 이들의 행태를 충실히 보도한다. 신문, 방송, 유튜브를 통해서. 근데 이를 전하는 소위 ‘극우 언론’의 성격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있다.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총아로 꼽히는 유튜브 보도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업계 레거시 미디어, 종이신문 1위는 조선일보로 알려져 있다.
그 조선일보를 유튜브 뉴스인 뉴데일리TV가 맹비난했다. 예를 들면 지난 14일자 보도 제목은 이렇다. <“조선일보 왜 이래?” 절독 쇄도...뒤늦게 손내밀어도 ‘냉랭’>. 내용도 <22만부 이상 전국에서 조선일보를 절독했다>, <조선일보 ‘겉으론 사죄, 뒤에선 윤 비판?’ 이중성 논란>이다. 이어 매일신문(대구·경북 지역신문)과 조선일보의 3·1절 집회 보도를 비교했다.
여기서 잠깐, 옛날 경찰서 출입기자 시절을 회고할 필요를 느낀다. 40년 전인 1985년 내가 서울 영등포 경찰서 출입기자를 1년 간 하면서 기자실에서 만난 이가 이진광 조선일보 기자다. 그는 원주 나는 철원, 같은 강원도 출신이라며 웃기도 한 것 같다. 그가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인 것도 알았다. 이번에 칼럼을 쓰며 확인해보니 그는 뉴데일리 편집인이 되어 있다. 조선일보에서 오래 일하다 무슨 계기로 전직한 것이다. 전술한 뉴데일리TV는 뉴데일리의 계열사다.
아까 했던 얘기로 돌아가자. 매일신문은 사진과 함께 <“윤대통령 탄핵 기각” 서울 광화문 집회 500만명 한 목소리로 외쳤다>는 설명을 붙였다. 반면 조선 제목은 <윤 탄핵 반대 집회...광화문 여의도서 12만명 집결>이었다. 사실 여부는 논외로 하고 500만명 대 12만명, 엄청난 차이다. 뉴데일리TV는 이에 대한 댓글도 소개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은 <탄핵선동 조선일보 절독했습니다. 다시는 구독할 일 없습니다. 망해야 합니다>고 적었다.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 비교 한 건 갖고 전체 보수(극우)·진보 언론을 논하는 건 논리학에서 말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아니냐고 물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극우 언론 비판은 논리학상 성급한 일반화도 비약도 아니다. 대표적 한 사례를 들었을 뿐 한국사회 전반의 이념 갈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현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언론도 그 물결에서 예외가 아니다. 보수·진보 언론을 예로 들었지만, 솔직히 말해 극우 언론은 비판 대상에서 제외하고 싶다. 보수·진보, 또는 중도란 가치를 두고는 얼마든지 끝장토론을 할 수 있지만, 극우하곤 되도록 말을 섞지 않고 싶은 게 사실이다. 조선일보나 뉴데일리나 본인들 생각과 관계없이 극우매체이기 때문이다.
▲ 조중동 절독운동을 다룬 유튜브 콘텐츠 갈무리. 19일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은 나흘 걸러 이 문제와 관련한 기사를 썼다. 15일자 제목은 <“조선일보는 가짜 보수 언론” 절독 주도하는 尹 지지자들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4927>이고, 19일자는 <윤석열 내란 사태 100일, ‘극우’가 미디어판 뒤흔들다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5009>였다. 19일자는 이렇게 썼다. <윤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조선일보 불신이 커지고 있다. 보수·극우 유튜브 채널에선 조중동 절독 운동이 잇따른다. ‘신의한수’ 채널은 “조선일보 같은 가짜 보수언론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신문지국에선 조선일보 부수가 탄핵 이후 감소했다고 전하고 있다.” 조선일보 출신의 ‘최보식의언론’ 최보식 편집인은 지난 1월 칼럼에서 “신문 절독을 하겠다는 전화들이 부쩍 늘어난 것도 부담스러운데,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이상하게 올라가고 있다”는 조선일보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김누리 중앙대 명예교수는 지난 11일 유튜브 매불쇼에 나와 한국의 현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GIDFdPktV0&t=319s> “(저는 한국사회는 군사 독재에서 민주주의 사회로 이행한 게 아니라) 후기 파시즘(네오파시즘) 사회로 이행한 사회다”라며 “파시즘 DNA가 전혀 청산 안 된 사회로 본다”라고 말했다.
극우들의 대응은 도토리 키재기, 도긴개긴이라는 게 이 칼럼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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