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철웅 칼럼

<칼럼> 극우(수구)나 보수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1960년대 신혼부부 집들이 때 벌어진 에피소드다. 주흥이 도도해진 좌중이 돌아가면서 노래를 하는데 신부가 지목됐다. 한사코 사양하던 신부가 강권에 못이겨 마침내 노래를 시작한다. “벌꿀비누 8000번 벌꿀비누 8000번 매혹의 향기 8000번…”. 지금 60대 이상 연령 가운데는 동산유지가 만든 이 광고송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썰렁한 우스개로 칼럼을 연 건 4월 총선을 앞두고 ‘보수로 위장한 극우’가 너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또 그 마각(馬脚)은 선거가 끝난 뒤 조만간 드러날 것인데, 그때 유권자가 국민의힘한테 표를 주거나 기권하기로 한 자기 선택을 후회해 봐야 소용없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 


 이미 마각이 드러난 것도 있다. 먼저 장예찬 전 국민의힘 부산 수영구 예비후보의 경우. 성 차별적 발언, 지역주의적 발언, 문화적 차별 발언 등 과거 했던 다수의 문제 발언들이 공개돼 예비후보 공천이 취소됐다. 같은 당 대구 중구·남구 경선에서 승리한 도태우 후보. 그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5·18민주화운동에 북한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한 것이 밝혀져 공천이 취소됐다. 그는 극우 유튜버채널인 ‘VON(Voice of Nations) News’를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같은 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이다.

 이는 국민의힘에서 경기 고양 정의 김현아 전 의원,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의 박일호 전 밀양시장,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진 충북 청주 상당의 정우택 국회부의장에 이어 4번째 사례였다. 그중에서도 정우택은 특이한 사례다. 뉴스타파는 이 사안을 이렇게 전했다. “6선을 노리던 정우택 국회부의장이 지난 20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의혹이 제기된 지 한 달여 만이다. 그동안 돈봉투 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출마를 강행했던 정 부의장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비대위가 공천 취소를 의결하자 이틀 만에 당 결정에 승복했다.

 한 달가량 돈봉투 의혹에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정 부의장을 감쌌던 국민의힘은 뉴스타파와 충북인뉴스가 돈봉투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우택 녹음파일’을 공개하자 그제야 공천 취소를 결정했다. 국민의힘의 후보자 부실 검증과 뒤늦은 공천 취소에 책임론이 제기된다.”

 역사적으로 자신이 속해 있는 정당을 ‘극우정당’이라고 인정한 예는 드물다. 1922년 히틀러가 만든 나치당의 정식이름은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이었다. 러시아의 극우 정치인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가 1989년 만든 당도 러시아자유민주당(Либерально-демократическая партия России:ЛДПР·엘데뻬에르)이었다. 그는 2022년 코로나에 걸려 75세에 숨졌다.

 진보주의의 대립 개념인 보수주의는 원래 인간본성에 내재한 것이다. 보수주의는 급격한 변화를 피하고 현체제를 유지하려는 사상이나 태도인데, 그런 정당은 필요하다. (나는 12년 전인 2012년 ‘그런 보수정당 볼 수 없나’란 제하의 칼럼을 썼다. https://www.khan.co.kr/opinion/named-column/article/201201102103265
 국민의힘도 보기에 따라서는 보수적 가치를 추구하는 당이다. 당헌·당규 어디를 봐도 극우적 색채를 찾기 어렵다. 그러나 총선 후보자들은 극우들의 특징인 색깔론을 버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특히 총선·대선 같은 선거철에는 색깔론이 더 먹혀든다고 믿기 때문일 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선을 한 달 앞둔 지난 10일 다음과 같은 입장을 냈다. 그는 “부패세력들, 종북세력들이 이재명 대표 민주당을 숙주로 대한민국을 장악하는 것을 막겠다”며 “얼마 전 이 대표는 자기가 살기 위해 불공정의 상징인 조국혁신당과도 손을 잡았다. 이미 ‘범죄자연대 방탄동맹’으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진행 중인, 이재명의 민주당을 숙주로 한 종북 통진당 세력의 주류 진출은 이 나라와 동료시민에 대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위협이 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결정까지 받은 종북세력이 다수 국회의원이 되어 우리 국가기밀을 제한 없이 들여다보고 우리 정보기관을 추궁하고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정말 황당한 것은 이 대표가 종북세력 등과 손잡는 이유가 오직 자기가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라며 “그런 사적이고 말초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도 안되는 사천과 협잡 행태를 봐달라. 그걸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 국민의힘”이라고 했다.

 극우들은 같은 말을 이리 저리 돌려 말하는 게 지겹지도 않은가. 어떤 사람은 이건 위기를 체감한다는 방증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대놓고 자신을 극우주의자라고 시인하는 이는 드물다. 이 때문에 민주 평등 인권 남북교류 친일 등에 대한 당사자의 평소 소신, 나아가 철학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