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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칼럼

[신문로] ‘강남좌파’ 장관의 검찰개혁, 성공할까

얼마 전 이모부가 별세해 조문을 다녀왔다. 공무원으로 퇴직한 고인은 슬하에 2남2녀를 두었다. 내게는 동생들인 넷의 학력과 사회적 지위는 시쳇말로 짱짱하다. 셋은 서울대, 하나는 연세대 출신이고 현재 셋은 교수, 하나는 변호사다. 부의금도 받지 않았다. 필자가 느낀 것은 엉뚱하게도 ‘계층이란 게 있구나’였다.

그런 느낌은 요즘 유행어로 떠오른 ‘강남좌파’ 논란 탓이었는지도 모른다. 강남좌파는 몸은 상류층이지만 의식은 프롤레타리아적인 계층이다. 10여년전 강준만 교수가 386세대 인사들의 자기 모순적 행태를 비꼬는 말로 쓰기 시작했는데, 조국 법무부 장관 기용을 계기로 다시 회자되는 말이 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6일 오전 열린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본말이 전도됐다는 것이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으면 우선 장관직을 잘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살피는 것이 순서다. 특히 관심은 문재인정부 핵심 공약인 검찰개혁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쏠려야 했다. 조국 장관도 취임 후 첫 간부회의에서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개혁 법안이 국회에서 입법화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에 후보자가 영향력을 미쳤는지 여부, 딸의 대학교 및 대학원 관련 비리를 밝히는 건 그 다음 순서다. 그런데 관심은 ‘강남좌파’ 조국에만 비정상적일 정도로 쏠렸다. 가족 비리 연루에 대해서는 지금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가족 비리 혐의가 장관직 수행과 전혀 상관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정서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본질과 지엽은 구분해야 한다.

미국에는 ‘리무진 진보주의자’

조 장관은 후보자 때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에 대해 “통상적 기준으로 금수저 맞다. 강남좌파라고 부르는 것도 맞다”고 인정했다. “금수저이고 강남에 살아도 우리 사회와 제도가 보다 공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내가 흙수저인 사람의 고통을 얼마나 알겠냐. 그게 제 한계이지만, 할 수 있는 걸 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2011년 한 인터뷰에선 “강남에 사니까 보수적이려니 하는 것은 기계론적 접근이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강남좌파, 영남좌파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도 했다.

강준만 교수는 “모든 정치인은 강남좌파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정치엘리트가 되기 위해선 우선 사회적 성공을 거두어야 하기에 권력을 잡은 모든 좌파는 ‘강남좌파’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계층은 먼 곳에서 온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한국에 ‘강남좌파’가 있듯 미국에는 ‘리무진 진보주의자(limousine liberals)’가 있다. 이들은 명문대학을 나오고 유복하게 사는 중상류층이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약자나 소수세력의 대변자를 자임한다.

그럼에도 야당과 언론의 행태는 볼 만하다.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표가 삭발한데 이어 전·현직 의원들이 릴레이 삭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자유 대한민국은 죽었습니다’는 팻말을 들고 삭발하는 것을 보면 비장미마저 느껴진다. 왜인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말로 대신하겠다. “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은 세력이 문재인 정권을 단죄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이 제안한 ‘반 조국 연대’에 대한 답변이 그러했다.

검찰개혁 방해 요소 곳곳에 도사려

보수 언론들은 추측성 기사 등을 쏟아낸다. 조국 장관에 대한 보도가 후보자 지명 이후 한 달 간 무려 118만 건에 달했다고 한다. 상당수가 신상 털기 등 부정적인 내용인 것은 물론이다.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운 수구 기득권을 잃을까 걱정하던 보수세력의 저항이 표출된 것이라고 해석도 나온다.

나는 조 장관이 검찰개혁을 이뤄내기 기대한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역사적 경험을 통해 알기 때문이다. 정인진 변호사는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은 과거의 정부에서도 추진했던 과제였는데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왜 이것이 그렇게도 어려울까”라고 묻는다. 그 이유로 그는 판사, 검사, 변호사 등 이른바 법조 삼륜이 체질적으로 개혁에 친숙하지 않다는 사정이 있다고 보았다. 임명 과정의 어려움은 약과다. 앞으로도 검찰개혁을 방해하는 요소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훨씬 큰 난관을 각오해야 한다.  2019-09-20 14:2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