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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칼럼

[신문로] 지지율 하락, 야당 탓이 아니다

요즘 문재인 대통령의 심기는 어떤 것일까. 세밑에 이것이 궁금한 이유가 있다. 국정 지지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46%)가 긍정평가(45%)를 처음으로 앞지르더니, 이번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부정 51.6%, 긍정 43.8%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하락세가 이 정도로 멈출까.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가까운 장래에 지지도가 30%대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20%대로도 내려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지율은 국정운영의 동력이다. 당연히 신경 써야 할 문제다. 보수야당과 보수 언론은 이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사사건건 비판·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지율 하락은 우파가 똘똘 뭉쳐 저항하기 때문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시절인 2016년 11월 12일 당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해 촛불을 들고 있다.

부분적 원인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백낙청 ‘창작과비평’ 명예편집인은 최근 한 신문 송년기고에서 이렇게 말한다. “촛불정부의 경제 개선 노력도 정치담론의 복원과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이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난을 강화해서 될 일은 아니다. 한국당이 바뀌지 않았다고 개탄하는 사람도 많으나 나는 촛불 이후 새누리당-한국당이야말로 크게 바뀌었다고 본다. 국민을 속여서 집권하려던 정당에서 목전의 기득권 지키기에 안면몰수하고 골몰하는 정당으로 바뀐 것이다. 오히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덜 바뀐 것 아닌가.”

더불어민주당이 덜 바뀐 것 아닌가

물론 이런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의 베트남 다낭 ‘외유성 출장’ 사례를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김성태 한국당 전 원내대표와 곽상도·신보라·장석춘 의원은 27일 다낭으로 3박 4일 출장을 떠났다. 국회에서는 ‘김용균법’ ‘유치원 3법’ 등 주요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2018년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고 있었지만 출장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에 대해 적잖이 당황하고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고 추측할 만한 장면들이 있다. 그는 11월 21일 청와대에서 국정과제 추진 직속기구 및 자문기구 위원들을 만나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며 “국민 앞에 성과를 보여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생각만큼 성과가 안 난다는 초조함이 읽힌다.

대통령이 경제성과에 대해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강력하게 주문을 하고 있다는 게 고위당정청 회의에 참석하는 한 인사의 전언이다. 초조함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대통령은 지난 1일 뉴질랜드로 향하는 공군1호기에서 동행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국내 현안은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짧게라도 질문받지 않고 답하지 않겠다”고 잘랐다. 소통하는 모습과 겸손, 솔직함이 높은 지지율의 요인이었는데, 지금은 그것이 고집불통 이미지와 연결되는 것이다.

백 교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바뀌지 않았다고 보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문재인정부와 여당이 초심을 잃고 있으며 이것이 진짜 심각한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지지율 하락도 문제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건 정책기조가 촛불정신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문 정부를 탄생시킨 민중·진보세력은 급속히 지지를 거두는 반면 보수세력은 뭉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정부가 선택한 것은 ‘우클릭’이다. 집토끼를 버리고 산토끼를 찾아 나선 셈이다.

문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대표적 사례가 재벌개혁의 포기이다. 경제정책이 급속히 재벌친화적으로 바뀌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두고 사실상 재벌개혁 포기선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벌들에게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해달라고 부탁하며 건설경기 부양을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인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그러나 보수로부터 뭇매를 맞고 폐기 수순을 맞았다. 문 정부가 출범한 지는 2년이 채 안됐다.

문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작년 9월 미국의 세계시민상을 수상하며 이런 연설을 했다. “나는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입니다. 촛불혁명에 함께 했던 나는 촛불혁명을 계승하라는 국민의 열망을 담고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2018-12-31 09:10:5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