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엊그제 방문 중인 베트남에서 패션쇼를 참관하고 10m가량 ‘깜짝 워킹’까지 선보였다고 한다. 파격적 발상이 상당히 돋보인다고 평가할 만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한복·아오자이 패션쇼에 은박으로 치장한 미색 저고리와 연한 개나리색 치마를 입고 나왔다. “한국과 베트남이 문화예술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동반자가 되자”는 인사말도 했다.

여성 대통령이 패션쇼에 나와 직접 한복 모델역까지 했다는 건 꽤나 눈길을 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칼라 브루니는 직업이 패션모델이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퍼스트레이디 시절 보그지 1998년 12월호 표지모델로 등장한 적이 있다. 이 잡지에 미국 대통령 부인이 표지모델로 나온 건 처음이었는데, 워싱턴포스트는 “6년 동안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해 온 멋쟁이 퍼스트레이디의 모습이 이로써 완성됐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 뒤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도 2009년 3월 보그지 표지모델로 나와 빛나는 패션감각을 과시했다. 이런 사례들은 있으나 “현직 여성 대통령이 패션쇼 런웨이를 걸었다”는 말은 과문한 탓인지 못 들어보았다.

 

                                  한복 차림으로 베트션쇼 런웨이에 선 박근혜 대통령

 

 

여성 정치인의 패션은 또 다른 관심사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은 ‘브로치 패션’으로 유명했다. 상황에 따라 햇살, 뱀, 거미줄, 비둘기 등 다양한 형태의 브로치를 달아 이미지를 연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현직 여성 지도자 가운데 가장 옷 못 입는 것으로 평판이 났다. 영국 가디언이 “다른 건 몰라도 패션은 빵점”이라고 혹평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 만큼 ‘박 대통령의 패션쇼’는 신선한 발상 전환의 결과란 생각도 든다.

한데 이 신선한 느낌은 아쉬움을 동반한다. 강하게 대비되는 우리 정치 현실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밖에 나가있는 동안에도 한국은 숨막히는 여야 대치정국이다. 대학에서 강사가 마르크스 <자본론>을 가르친다고 국정원에 신고 당하는 세상이다. 이런 살벌한 공안정국이 끝도 없이 이어질 기세다. 이런 판에는 조지프 나이가 말한 소프트파워, 즉 문화 등 연성권력이 힘을 쓸 자리가 없다. 경험칙상 발상을 전환하고 창의력을 발휘해 이 국면을 바꿀 사람은 대통령 말고는 없다. 나의 질문은 이런 것이다. 패션쇼 런웨이를 걸은 박 대통령의 파격, 이곳에선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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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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