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상사도, 말도 맥락적으로 이해하며 산다. 맥락적 이해란 말이 생소하다면 예를 들자. 누군가 “죽겠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없다. 문자 그대로 죽음을 결심하는 뜻인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는 ‘힘들어’ 죽겠다고 한다. 또는 좋아서, 서러워서, 웃겨서, 배고파서 죽겠다고 한다. 그래도 전후관계를 살펴 맥락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헷갈릴 건 없다.
아이가 “오늘부터 유치원 안 갈래요”라고 선언했다. 엄마는 ‘왜’ 하고 추궁하듯 묻기 십상이다. 하지만 “유치원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나 보구나. 엄마한테 말해줄래”라며 아이 속마음을 읽으려는 대화를 시도하라고 교육전문가 강경자씨는 말한다. 이것도 맥락적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다. 문화현상도 그렇다. 외지인에겐 몹시 낯설게 여겨지는 티베트의 조장(鳥葬)도 맥락적 이해를 하면 다르다. 높은 산악지대에서는 매장도 화장도 여의치 않다. 시신을 독수리에게 맡기면 영혼이 자유롭게 날아간다고 믿을 수 있다. 그게 역사 문화에 대한 맥락적 이해다.
2009년 방송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안철수 편. 방통심의위는 이 방송에 나온 안 교수가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이프로그램에 대해 4년만에 제재를 결정했다.
엊그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009년 6월17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안철수 편에 대해 ‘권고’라는 제재조치를 내렸다. 안철수 당시 카이스트 교수가 거짓말을 했다는 게 이유다. 비록 ‘권고’가 경징계라고는 하지만 방통심의위가 맥락적 이해를 외면한 게 아닌지 묻게 한다.
문제가 된 안 교수의 ‘거짓말’은 세 가지로 “백신을 만드느라 가족에게 군대 간다는 이야기도 안 하고 나왔다”는 것 등이다. 그런데 1998년 방송된 다른 프로에선 아내가 기차역까지 그를 배웅했다는 증언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경신 심의위원은 “말의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군대 가는데 위로의 말을 주고받거나 하지 못하고 나왔다는 취지”라며 문제삼을 게 못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수인 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황금어장>이 예능프로임에도 맥락적 이해를 하기보다는 단편적 진위를 가리는 일에 골몰한 인상이 짙다.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말 방송된 KBS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에 대해서도 ‘의견제시’란 제재를 가한 적이 있다. 그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대상으로 반말을 했다는 게 이유였다. 제재보다 소통이 기본이어야 할 민간독립기구가 감시의 눈을 희번득이는 모습이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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