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부인 김지선씨(58)가 그제 노 대표의 의원직 상실로 공석이 된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출마는 지난해 총선에서 타계한 남편의 지역구(도봉갑)에서 당선된 민주통합당 인재근 의원(59)의 경우와 통하는 데가 있다. 삶의 궤적도 그렇다. 인 의원은 이화여대를 나와 인천 부평 봉제공장에 위장취업해 있던 중 긴급조치 위반으로 수배중이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애틋한 러브스토리도 전해진다. 인천에서 가난하게 태어난 김씨는 대성목재, 대우전자, 서진악기 등에서 일하며 노동운동을 하다 이 지역에서 노동운동 중인 남편과 만났다.
하지만 선거에선 결정적으로 차이가 나는 게 있다. 인 의원은 새누리당 후보를 큰 표차로 따돌리고 여유 있게 당선됐다. 반면 김씨는 4·24 선거에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라는 거물과 맞붙어야 한다. 안 전 교수는 노원병에 출마해 정치를 재개하겠다고 지난주 밝힌 바 있다. 새누리당 후보가 누가 될지는 몰라도 두 후보가 건곤일척의 대결을 벌이게 됐다.
노원병 수성 나선 진보정의당 4·24 재·보선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한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왼쪽에서 세번째)가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노회찬·조준호 공동대표(왼쪽부터), 심상정 의원(오른쪽)과 손을 잡고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두 사람의 대결에는 두 개의 성격이 있다. 하나는 피했으면 하는 대결이란 것이다. 안 전 교수와 김씨에게는 둘을 한 데 묶을 수 있는 공통코드가 있다. 그것이 범(汎)자를 붙인 민주, 진보, 개혁 가운데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는 분명치 않을지언정 집권세력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무엇이라고 본다.
또 하나는 세습과 찝찝함의 대결이란 측면이다. 김씨의 출마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그것이 남편을 대리한 출마, 곧 지역구 세습, 기득권주의란 발상이라고 한다. 이는 진보의 가치를 거스르는 일로 비쳐진다. 한편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에 대해서는 명백히 옳지 않은 법률과 웃기는 판결로 쫓겨난 의원의 자리에 “때는 이때다” 하듯 달려드는 것이 새 정치와 거리가 멀며 못내 개운치 않은 처신이라는 것이다.
노 공동대표의 의원직을 박탈하는 데 동원된 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을 원용할 수도 있다. 석연치 않은 과정을 통해 얻어진 결과물을 별 생각없이 향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렇다면 세습이 옳다는 거냐”라고 따지면 대책없는 순환논리에 빠지게 된다. 마치 고르디우스의 매듭 같아 보이는 이 문제를 과감히 풀지 못하면 누군가가 어부지리를 얻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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