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상·선거 전문가들에 따르면 나쁜 날씨는 투표율을 떨어뜨린다. 평균적 강우량을 넘어 비가 1인치 더 내리면 전반적 투표율은 1% 조금 못 미치게 떨어진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성향의 투표율은 2.5%나 내려간다. 또 평균 강설량을 넘는 1인치의 눈은 투표율을 0.5% 감소시킨다. 강수량으로 따지면 10인치의 눈이 비 1인치에 해당하므로, 눈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비보다 훨씬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난달 6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것도 ‘날씨의 법칙’이 들어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직전 미국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에도 불구하고 투표일 접전지역의 날씨는 비교적 맑았다. 그 덕분에 맑은 날은 민주당에, 궂은 날은 공화당에 유리하다는 관례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대선을 이틀 앞둔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우체국 앞에 운집한 유권자들이 한 대선 후보의 유세를 경청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한데 이 분야 연구들을 잘 살펴보면 학자들마다 각기 다른 결론을 내 중구난방 종잡기 어렵다는 느낌을 준다. 가령 일부 학자들은 선거 당일 날씨가 좋으면 공화당에 유리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민주당 지지자가 많은 젊은층이 나들이를 선택하고 저소득층 농민들도 투표를 안 하고 농사일을 하는 일이 많아진다. 이에 반해 공화당을 지지하는 중장년층은 충실하게 투표소를 찾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이론이 있다. 브래드 고메스 플로리다 주립대 교수가 1948~2000년 치러진 14차례 미국 대선을 분석해 보니 선거일 날씨가 나쁘면 투표율이 떨어지고 오히려 공화당에 유리했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날씨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해 보이나, 특정 정당의 유불리 등 어떤 일관된 법칙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정답이 없다는 얘기다.
대선일인 오늘은 1987년 이후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추운 날씨라고 한다. 이 추위가 투표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누구에게 유리할 것인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과거 사례를 보면 비교적 추운 날은 보수 후보가, 포근한 날은 진보 후보가 승리한 것으로 나온다. 김영삼·이명박 후보 당선 해와 김대중·노무현 후보 당선 해를 비교해 보니 그렇다. 그러나 이 또한 한쪽 캠프에 대해서만 일방적으로 유불리를 따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것들은 호사가들이 지어낸 속설로 치부하고 내게 주어진 한 표를 행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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