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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영상조작

이 정권의 방송·언론 장악을 비판할 때 많이 인용된 인물이 나치 선전상 요제프 괴벨스다. 세련된 문화적 안목까지 갖춘 괴벨스는 라디오를 대중선동을 위한 상징조작의 도구로 십분 활용했다. 당시 꽤 비쌌던 라디오를 염가에 보급해 매일 저녁 7시면 히틀러 총통의 동정 등을 전했다. 라디오의 2차 세계대전 뉴스는 전부 거짓이었다. 그 바람에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연합군이 베를린을 함락시킬 때까지 전쟁에서 지고 있는 것을 몰랐다고 한다.

전해지는 히틀러의 기록사진들도 거의 괴벨스의 치밀한 연출을 거친 것이라 한다. 그는 히틀러가 어린이들과 사진을 많이 찍게 해 자애로운 지도자로 부각시켰다. 이렇게 해서 괴벨스는 현대 홍보, 선전, PR분야의 선구자적 존재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대중선동의 귀재도 이른바 ‘영상조작’ 분야에서는 완전히 초보자 신세였다. 선전용 뉴스영화를 만들어 영화관에서 상영토록 한 정도였다. TV가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한 단계였기 때문이다. 

 

 MBC 영상기자회가 한 쪽 편집에는 영상문법이 정확하게 지켜지는데 다른 한 쪽 편집에서 영상문법이 무시되는 사례로 제시한 영상들. 이는 넓은 의미에서의 영상조작이라 할 수 있다.

 

 

대선 TV 보도의 전반적 편향성과는 별도로, 영상보도의 공정성도 최악의 수준이란 지적이 나왔다. MBC 영상기자회에 따르면 최근 10일간 <뉴스데스크>의 선거유세 리포트 영상을 분석한 결과 “양적, 질적으로 의도적으로 보이는 불공정 영상보도의 흐름이 드러났다”고 한다. 우선 11개 리포트의 평균 분량은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4.8초 길었다. 유세현장의 열기를 보여주는 풀샷은 박 후보가 평균 4.7회, 문 후보가 4회였다. 상대적으로 미디엄샷은 문 후보가 많았다. 박 후보의 대전역 유세현장에선 연단 앞이 꽉 차 보이는 ‘부감(俯瞰)샷’이 사용됐지만, 이튿날 같은 곳에서의 문 후보 유세 때는 연단에서 멀리 떨어진 건물에서 촬영해 지지자들의 뒤통수가 나왔다…. 부감샷 문제는 KBS에서도 제기됐다.

영상 전문가들은 영상문법이란 말을 쓴다고 한다. 영상언어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규칙을 말한다. 가령 영상시간을 안배할 때 재미없는 건 짧게, 재미있는 건 길게 보여준다. 중요한 순간은 슬로로 보여준다. 또 중요한 쇼트는 길게, 중요하지 않은 쇼트는 짧게 한다. 영상기자회는 문 후보가 인파 속에 묻혀 코를 닦고 있는 뉴스 장면이 의도성이 있다고 보았다. 즉 영상문법이 무시됐다는 거다. 프로들이 왜들 이러는 걸까. 가히 괴벨스가 봤다면 입맛을 다셨을 경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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