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있는 말이다. 첫째, 4대강 사업 덕분에 홍수 피해가 사라진 게 아니다. 가령 지난 9월 경북 고령군의 낙동강 지천인 회천 제방이 터져 넓은 딸기밭이 망가졌고 민가들이 물난리를 겪었다. 주민들은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 때도 몰랐던, 처음 겪은 홍수 피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에 따라 바로 옆에 건설된 합천창녕보가 물을 가둬놓는 바람에 제방이 터진 것이라고 했다. 이곳뿐 아니라 물난리로 많은 시·군들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둘째, 전문가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지적해온 대로 우리 홍수 피해는 나더라도 4대강 본류가 아닌 지천과 샛강에서 발생한다.
4대강 사업 전 회천 모습입니다. 좌측 아래 동그라미가 낙동강 MB표 합천창녕보입니다. 가운데 위의 빨간색 동그라미가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회천입니다. 은빛 모래밭이 펼쳐져있었습니다. 재첩이 살던 생명의 강이었습니다. 그러나 4대강 사업 후엔... /오마이뉴스-미디어다음 항공지도
모래가 가득했던 회천(빨간색 동그라미). 하지만 4대강 사업이 완공되자 낙동강의 썩은 물이 회천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평상시에 이렇게 물이 가득하니 비가 오면 넘칠 수밖에 없습니다. / 낙동강지키기운동본부
한국은 국제적으로도 억지스러운 4대강 홍보를 해왔다. 2009년 12월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때 한국은 4대강 사업 홍보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썰렁했다. 참석한 기자들은 4대강 사업과 기후변화 완화 효과의 관계를 궁금해했지만 속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애초 대형 토건사업에다 녹색을 갖다붙인 게 무리였다. 꼭 녹색을 붙여 말을 만들어야 한다면 ‘녹색분칠(그린 워시)’이 딱 맞다.
나라 밖에서 성장에만 치중하는 한국의 저탄소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영국 무역투자청은 엊그제 내놓은 ‘대한민국의 저탄소 기회’란 보고서에서 한국의 저탄소 정책이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작성자는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에 익숙한 한국은 저탄소 정책도 ‘경제성장’의 도구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친환경·저탄소 정책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이런 틀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엔 한국 저탄소 분야 사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본다. 하지만 녹색사업조차 성장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생각에 내리는 정문일침의 경고로 받아들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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