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치 지망자 대열에 박노자 오슬로 대학 교수(39)가 합류했다. 4월 총선에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게 된 것이다.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는 박 교수가 “한국사회의 순혈주의 안에서 다문화의 상징이자 국제주의적 연대를 표상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의 주변인으로서 자본주의 극복에 대한 신념 등이 당의 정체성에 적합한 후보라는 것이다.
<'정리해고 그만!'이라고 적힌 모자를 쓴 박노자. 작가 송영은 1990년대 초반 전환기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난 청년과의 인연을 단편 '발로자를 위하여'(2003)에서 소개했는데 발로자가 바로 블라디미르, 나중 한국에 귀화한 박노자다.>
그의 선택은 귀화한 지식인의 첫 출마란 점에서 흥미롭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조선학과를 졸업한 그의 본명은 블라디미르 티호노프로 2001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고대 가야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을 만큼 뛰어난 한국어 구사력으로 국가주의, 극우주의, 파시즘을 비판해왔다. 책도 10여권 냈는데 최근 낸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에서는 국가에 의한 합법적 살인행위들, 이른바 ‘국살(國殺)’을 비판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추천사에서 “그는 ‘종족적 한국인’들과 달리 숫자에 아주 밝다. 인용하는 통계와 숫자는 찬탄을 불러일으킨다”며 우금치 전투에서 동학군의 총세력은 16만7000명이고 일본군은 약 1900명에 불과했다는 이야기 등은 처음 들어보는 소리라고 했다.
박 교수는 며칠 전 레디앙에 기고한 ‘나는 왜 진보신당 비례후보로 나왔나’란 글에서 국내 학계 동료들이 “너도 본업을 박차고 정치질 할래”란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느냐는 건, 제게 전혀 관심사는 아닙니다. 희망사항이 있다면, 노동 착취의 정도만 자꾸 높이고 군비와 군사기지의 수만 자꾸 늘리는, 자살률과 영세사업자들의 파산율만이 자꾸 초고속 성장되는 이 지옥같은 대한민국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그가 전혀 뜻밖의 선택을 한 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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