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사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뜨거운 논란이 된 것으로 ‘국물녀 사건’이 있다. 사건 개요는 이렇다.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지하 식당에서 뜨거운 된장국물을 들고 돌아서던 주부 이모씨(52)와 달려오는 허모군(7)이 부딪쳤다. 아이는 화상을 입었고 여인은 사라졌다. 아이의 어머니는 이 사실을 인터넷에 올려 고발했다. 누리꾼들이 가해자를 ‘된장국물녀’ ‘화상테러범’이라고 부르며 비난을 퍼부었다. 경찰이 조사에 나서자 이씨는 자진 출석해 진술했다. “아이가 뛰어다니다가 내게 부딪친 것이기 때문에 내가 피해자라고 생각했다. 나도 손에 화상을 입었다. 아이를 방치한 부모에게 사과를 받고 싶었으나 그럴 경황이 없어 그냥 자리를 떴다.”
<지난 20일 사고가 난 식당 CCTV 장면. 주부(위쪽)가 어린이(아래쪽)에게 국물을 쏟아 화상을 입혔다는 주장은 일방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해명이 나오자 인터넷 반응의 큰 흐름이 바뀌었다. 이 주부에 대한 비난이 주류였던 것에서 아이가 화상을 입은 1차적 책임은 공공예절을 가르치지 못한 부모에게 있다는 댓글이 많이 올라왔다. “이번 사건이 애들을 천방지축으로 공공장소에서 날뛰게 놔두는 부모들에게 경종이 됐으면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사건은 SNS 시대에 누구나 겪을 수 있을 법한 것으로, 생각해 볼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지적할 것은 인터넷 댓글 문화의 가벼움이다. 누리꾼들은 당초 사건 전말을 파악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주부의 잘못이라고 매도했다. 주부의 해명이 나온 뒤론 이를 뒤집어 ‘마녀사냥’ 행태라고 비판하기까지 하지만, 어찌 됐든 약자를 자처하는 한편의 주장만 듣고 매도하는 풍토는 고쳐져야 할 문제다. 이 사건 직전에 나온 천안의 ‘채선당 임신부 폭행사건’ 역시 한쪽 주장만 듣고 누리꾼들이 들끓은 것으로 판명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사건들이 불거지자 곧바로 SNS 규제론이 고개를 드는 것은 단견이라고 본다. 이를 계기로 SNS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처벌이 능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규제보다는 SNS가 가진 폭발력과 휘발성을 관리하면서 민주주의 신장에 기여토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것보다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공공장소에서의 어린이 예절 교육이란 전통적 가치의 문제가 첨단 소통수단인 인터넷과 SNS를 통해 크게 부각됐다는 부분이다. ‘국물녀 사건’에 이런 시대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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