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안보 전략비서관의 천안함 사고 관련 언론 인터뷰를 문제삼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형사부가 맡아 온 명예훼손 사건을 이례적으로 대공 수사를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배당했다. 천안함을 둘러싼 유언비어·명예훼손 사건을 국가안보에 관한 중대사안으로 다루기로 한 방침에 따른 것이라 한다.
이 사건은 정부가 지난 번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때 보여준, 냉철하지 못한 천안함 외교를 떠오르게 한다. 검찰이 유언비어 엄단 차원에서 접근한 것부터 적절하지 못하다.
김 장관은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있는 박 전 비서관이 MBC 라디오 등 여러 언론을 통해 한국이 공개하지 않은 정보를 미국이 알고 있고 한국이 이를 감추려 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문제삼았다고 한다. 정부의 지나친 기밀주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 장관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화풀이식 외교로 웃음거리가 되더니 장관이 명예훼손 고소를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국가안보 사안으로 다루겠다니 이런 것을 두고 좌충우돌이라 하는 게 아닌가 한다.
천안함 사고가 수많은 유언비어를 양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유언비어들은 단속하고 금지, 엄단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유언비어의 속성 탓이다. 일본 사회심리학자 시미즈 기타로는 <유언비어의 사회학>에서 유언비어 발생을 위한 일정한 조건과 원인을 얘기했다. 바로 사회가 위기에 직면해 동요할 때다. 또 사회적 소통이 제대로 안되고 언론이 제기능을 못할 때가 유언비어가 틈입(闖入)할 호기다. 사회적 소통 회로의 빈틈을 유언비어가 파고드는 것이다.
천안함 사고는 사안의 중요성과 증거의 애매성이란 유언비어 확산의 2가지 조건도 갖추고 있다. 이 사건은 안보 불안을 야기한 충격적 사건이면서 무엇 하나 속시원하게 밝혀진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군은 여전히 비밀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보수 신문들은 인간어뢰설, 자폭공격설 등 소설같은 얘기들을 쓰고 있다. 혹시 이런 황당한 얘기를 대량 유포하는 거야말로 진짜 유언비어죄 아닌가. 이렇게 ‘유언비어 권하는 사회’를 만들어 놓고 유언비어를 엄단하겠다고만 하니, 그 공안적 시각이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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