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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발목 잡는 과거사

한나라당 대표직에 오른 안상수 의원이 어떻게 집권당 후반기를 이끌어갈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논란거리 과거행적은 끝내 그를 따라다닐 것이다. 그의 ‘논란거리 과거행적’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입버릇처럼 아무에게나 좌파라고 명토를 박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병역기피 의혹이다.
열렬한 좌파 척결론자인 그에게는 사회참여 의식이 강한 스님도 좌파였고, 여중생 납치살해 성범죄는 좌파교육 탓이었다. 안 대표는 지난달 당 대표 경선 출마 회견에서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을 좌파로 부른 데 대해 “기억하기 어렵지만 사실이라면 심려를 끼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명진은 “그 정도 표현이라도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임으로써 좌파 주지 사건은 일단락된 듯하다.


그러나 병역문제는 이 정도 선에서 정리되기 어려울 것 같다.
이 문제는 안 대표가 우군이라 믿는 보수 우파들에게도 사뭇 민감한 것이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틀 전 ‘병역기피 의혹 안상수 의원의 경우’란 사설을 썼다. 사설은 “만약 안 의원의 병역기피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대한민국 집권당의 대표가 되기에는 중대한 결격사유”라며 객관적인 검증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10년 동안 도망 다니다가 고령으로 면제받은 사람이 당의 지도부가 되면 한나라당은 ‘병역기피당’이 될 것”이라는 경쟁 후보 홍준표 의원의 말도 소개했다.

정작 안 의원이 대표가 되자 이 신문은 “야당의 강력한 저항에도 미디어법, 4대강 사업 예산안을 처리해 위상이 강화됐고 청와대의 신임도 두터워졌다”고 호평했다. 다른 우파적 신문들도 논란거리인 안 대표의 과거행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안 대표의 미심쩍고 불미스러운 병역 관련 과거사는 우익이든 극우든 국가주의적 가치관과 결코 양립하기 어렵다. 언제든 폭발할 소지를 안고 있는 휘발성 높은 사안이다.

며칠 전 극우단체들 사이에 벌어진 비난전을 사족으로 붙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가스총을 쏜 전력이 있는 서정갑 대표의 국민행동본부가 벌인 대북 전단살포 행사에 일본 극우파가 참가하자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이 매국행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 인사는 니시오카 쓰토무 도쿄 기독교대 교수로 평소 “종군위안부는 포주에게 끌려가 팔린 케이스뿐”이라며 추악한 과거사를 부정해 온 간판급 극우 이론가다. 국민행동본부는 “북한 인권 개선 목적이라면 일본 극우도 안 따진다”고 밝혔다. 극우의 혼돈스럽고 일그러진 가치관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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