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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한 품고 세상 뜨는 이산가족들

가족은 모여 함께 사는 게 정상이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떨어져 산다. 핵가족 제도가 기본인 현대 사회에서는 가족이나 식구 개념도 몹시 축소되지 않았나 한다. 거개의 어린 세대에게 가족은 부모와 자식의 테두리 정도로 인식되는 것 같다. 게다가 이 2대 정도도 뭉쳐 사는 게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톨스토이가 소설 <안나 까레리나>에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그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고 한 말을 원용하면 현대의 가족들이 흩어져 사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천재지변은 예외로, 생업 때문에 주말에만 재회하는 주말부부, 처와 자식을 외국으로 떠나보낸 기러기아빠는 고전적 사례다. 경제적 양극화와 높은 이혼율, 노인 소외 심화 따위도 가족 해체를 부추긴다. 고시원, 원룸 등에서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럼에도 지난 추석에 한국민은 고향으로 고향으로 달려갔다. 폭우가 쏟아지고 길이 아무리 막혀도 이 거대한 민족대이동을 막을 수 없다. 전 국민의 약 75%, 연인원 5000만명 정도가 귀성·귀경을 한단다. 조상들께 차례를 지내기 위한 것이지만 한편으론 무너지는 가족관계, 가족 이산을 강요하는 세태에 대한 저항의 몸짓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 유전자 속 본능 비슷한 건지도 모른다. 고향을 떠나올 때 더러는 늙으신 부모님의 여윈 손을 잡으며 몇 차례나 더 뵐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으리라.

추석 연휴가 끝날 즈음 전해진 뉴스 하나가 마음 한 구석을 싸하게 만들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가운데 올 들어 숨진 사람이 한 달에 259명꼴이란 것이다. 상봉 신청자 12만8129명 중 4만4444명이 숨졌고, 금년 들어서는 1813명이 혈육의 생사조차 확인 못한 채 눈을 감았다. 하루 9명꼴이다. 이산가족 1세대가 갈수록 고령화하면서 사망률도 급증하고 있다. 이런 통계는 전에도 발표된 것이로되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추석의 여운이 남아 있는 탓일 거다. 오로지 반으로 동강난 조국을 둔 죄로 이들은 기다리고 기다리다 속절없이 세상을 뜨고 있다. 

남과 북은 어제도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간 실무접촉을 열었지만 상봉 장소 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한다. 이산 어르신들이 한을 품고 죽어가는데 장소 따위가 그 무슨 문제라고 저러고들 있는지 분노가 치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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