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좋아할 사람 없다. 바로 그 점에서 세금폭탄이란 말은 절묘한 은유법이다. 세금을 싫어하는 심리를 발동시키는 효과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이는 노무현 정권 때 입증된 바 있다. 참여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자 야당인 한나라당은 세금폭탄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국민 개개인이 더욱 무거운 세 부담을 지게 될 것이란 논리였다.
이른바 보수신문들은 한나라당의 세금폭탄론에 열렬히 가세했다. 당시 ‘세금폭탄’이란 말을 처음 쓴 것도 이들 신문이었다고 한다. 한 월간지는 2007년 1월호에 <세금폭탄>이란 제목의 별책부록까지 냈다.
표지가 재미있다. 노무현이 탄 참여정부 폭격기가 종부세 등 각종 세금폭탄을 퍼붓는다. 지상의 사람들은 폭탄을 피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닌다. 책 서문의 제목은 “국민이 낸 세금을 귀하게 생각하는 ‘작고 알뜰한 정부’의 출현을 기다리며”다. “세금폭탄의 피폭자들은 소수의 특권계층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보통사람들”이라며 “민주주의의 역사는 그런 부당함에 저항해 온 역사”라고 썼다. 증세를 시도한 정권들이 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는 외신을 자주 접한다며 “이번 대선에서는 꼭 작고 알뜰한 정부가 들어서기를 기원한다”고도 했다.
그 기원대로 된 건지 한나라당이 집권했다. 그리고 그때의 데자뷰인지 요즘 세금폭탄이란 말이 들린다. 민주당이 무상복지 정책을 내놓자 대항논리로 세금폭탄이란 녹슨 칼을 꺼내든 거다. 흘러간 노래를 이 사람 저 사람이 부르는 것을 보면 그만큼 효험이 있으리라 믿기 때문일 거다. 폭탄엔 너도나도 다 당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부자나 빈자나 다 세금폭탄의 ‘피폭자’가 될 것으로 믿게 만드는 거다. 첫 종부세 세금폭탄 선전 때 그 효과가 증명되었다. 종부세는 나쁜 것이란 인식이 널리 퍼졌고 결국 종부세는 유명무실해졌다.
세금폭탄은 선동성 강한 포퓰리즘적 언어다. 상대의 복지정책을 세금폭탄으로 규정하는 순간 복지란 논점은 희미해진다. 그러면 진지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쟁은 불가능해진다. 사실 폭탄으로 치면 온갖 복지예산을 집어삼키는 ‘4대강 폭탄’만한 게 또 있을까. 그럼에도 세금폭탄이란 말은 계속 듣게 될 것 같다. 첫째, 한나라당이 이 좋은 정치공세 용어를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고 둘째, 집권당이 되니 지켜야 할 자기이익이 더 커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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