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돈 싫은 사람 없고 주는 상 마다할 사람 없다. 받아서 기분 좋고 줘서 흐뭇한 게 상이다. 마침 졸업식 철이다. 학교마다 졸업장과 함께 각종 표창장들이 수여된다. 좋은 성적을 내거나 훌륭한 행실을 한 것을 세상에 널리 칭찬하기 위한 표창장은 여러 상 가운데 대표격이다. 표창장에다 푸짐한 부상까지 받게 되면 금상첨화다. 표창장도 종류가 다양하다. 창문에서 떨어지는 아기를 받아 안아 구한 여고생이 학교로부터 표창장과 대학입학 장학금을 받은 일도 있다. 연초 유명 걸그룹은 한류 열풍을 지속시킨 공로로 문화부 장관 표창장을 받았다.
현실엔 아름다운 표창장만 있는 게 아니다. 상의 취지가 왜곡되거나 주고받는 사람의 자격에 문제가 있는 표창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작년 말 대한민국 인권상 시상식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표창장을 수여하자 장재경 인천장애인차별연대 집행위원장 등은 수상을 거부했다. 인권상황을 후퇴시키는 현 위원장에게 항의하는 뜻이었다. 버마 출신 이주노동자 소모뚜는 “우리가 원하는 건 상이 아니라 인권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 서울 거리에 기발한 표창장이 등장했다. 시내 가로판매대와 버스, 지하철 역사 등 3800곳에 큼지막한 표창장이 나붙었다. 수상자는 환경미화원, 식당 아주머니, 소방공무원, 대중교통 기사, 건설노동자, 직장인 등 6개 직군 종사자들이다. 서울시가 만든 표창장은 이들 직군을 호명한 후 “당신들은 서울을 빛낸 진정한 영웅입니다”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서울시는 사회 각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는 시민들을 격려하기 위해 만든 공익광고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시민들은 한 쪽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고 하고, 다른 쪽은 그럴 돈 있으면 이들의 복지 개선에나 쓰라고 못마땅해한다. 의견은 엇갈릴 수 있겠으나 우리에겐 다른 궁금증이 있다. 그 뜬금없음이다. 표창장이란 건 시상자와 수상자 사이의 공감대와 예견이 전제될 때 성립한다. 그런데 이 경우 수상자들은 전혀 예상 밖의 표창을 느닷없이 받게 됐다. 이 때문에 혹자는 이 뜬금없는 표창장 광고가 요즘 떠보려고 무던히 애쓰는 오세훈 시장의 구상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른바 공짜복지 비판에 여념없는 와중이지만 친서민 이미지도 관리해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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