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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탑 농성이 남의 일이 아닌 까닭 이봉조가 작곡하고 현미가 부른 옛날 노래 ‘몽땅 내사랑’(1967년)의 가사가 재미있다. “길을 가다가 사장님 하고 살짝 불렀더니/ 열에 열 사람 모두가 돌아보네요/ 사원 한 사람 구하기 어렵다는데/ 왜 이렇게 사장님은 흔한지 몰라요/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몽땅 사장님….” 당시 사회 경제가 얼마나 ‘사장님 양산 체제’였길래 이런 노래가 나왔는지는 알 수 없거니와, 이 가사를 이렇게 바꿔보고 싶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몽땅 비정규직”으로. 우리는 그만큼 비정규직 많은 나라에 살고 있다. 심지어 사회적 약자를 돌봐야 하는 사회복지사도, 고용노동부 고용안정센터의 직업상담원도 태반이 비정규직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앞 송전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 2명도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회사에 불법파.. 더보기
[여적] 과학과 예측력 과학자가 부실한 예측 때문에 큰 피해를 일으켰다고 해서 처벌할 수 있을까. 상식적으론 좀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이탈리아 법원은 이례적으로 그렇다고 판결했다. 이 나라 라퀼라 법원은 지난 월요일 국립 대재난위원회 소속 과학자 6명과 공무원 1명 등 7명에게 징역 최고 6년형을 선고했다. 죄목은 다중에 대한 비고의(非故意) 살인이었다. 2009년 4월6일 중부도시 라퀼라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나서 300여명이 숨졌다. 문제는 이들이 그보다 겨우 6일 앞서 당시 계속되는 자잘한 지진들이 대지진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낮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를 믿고 피난을 안 간 사람들이 다수 희생됐다. 그러자 이탈리아와 세계 과학계가 반발하고 있다. 이런 반응이다. “지진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잘못된.. 더보기
[여적] 착각 인간은 착각하는 동물이다. 여기에 호모 사피엔스(지혜 있는 사람), 호모 루덴스(유희인), 호모 로퀜스(언어인)처럼 ‘호모 어쩌구’ 하는 학명이 붙은 건 아니지만 착각이 평생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은 분명하다. 착각은 자유다, 그래서 행복하다. 이런 말도 있다. 미국에서 ‘보이지 않는 고릴라’란 실험을 했다. 두 팀이 각각 3명씩 팀을 이뤄 농구공을 패스하는 동영상이 있다. 한 팀은 흰색 셔츠, 다른 팀은 검은색 셔츠를 입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동영상을 보고 흰색 셔츠를 입은 팀의 패스 횟수를 세라고 지시했다. 그런 다음 1분짜리 동영상을 본 참가자들에게 물었다. “혹시 고릴라를 봤습니까?” 동영상 중간에 고릴라 탈을 쓴 사람이 9초 동안 코트를 가로질러 지나갔다. 가슴을 두드리는 제스처까지 했다. 그러.. 더보기
[여적] NLL 프레임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거센 사임 압력을 받은 닉슨 대통령이 TV에 나와 연설을 했다. “나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그 순간 모두가 그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2003년 3월 이라크를 침공할 때 미국은 후세인이 9·11테러를 배후 지원했고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었다고 선전했으나 거짓말로 밝혀졌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 ‘진실’은 그냥 튕겨나가 버렸다. 그들은 여전히 후세인과 알카에다가 같은 것이고, 전쟁에서 싸워 조국을 테러리즘에서 보호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프레임’을 지니고 있고 그 프레임에 맞는 사실만을 받아들이기 때문이었다. 부시는 이듬해 거뜬히 재선에 성공했다. 조지 레이코프 교수가 (2004)에서 예시한 프레임의 중요성이다. 저자는 프레임을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 더보기
[여적] 문학하는 이유 작가는 왜 쓰는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나이 서른에 야구장에 가 프로야구를 관전하던 중 2루타가 터지는 것을 보는 순간 소설을 쓰기로 작정했다고 한다. 무슨 영감 같은 게 섬광처럼 번뜩 스쳐갔나 보다. 이건 그가 글을 쓰는 직접적 이유는 아니지만 아무튼 꽤나 독특한 계기다. 왜 쓰는가. 작가들이 끝없이 부딪치고 또 스스로 물으며 고뇌하는 질문이다. 젊은 시절 좌파 아닌 사람 없다고 하듯, 젊어서 한때 문학에 뜻을 두어 보지 않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필자도 소설이 좋았는데, 거창하게 문학관이라고 할 건 없지만 상상의 세계 속에서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점이 그랬다. 그때 정치 현실은 엄혹한 독재였다. 당연히 문학은 이런 현실의 감춰진 진실을 ‘안간힘을 다해’ 드러내는 것이어야 했다. 순수·참여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