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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SNS와 낭만 낭만이란 말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낭만의 사전적 의미와는 별개로, 이 추상어가 갖는 이미지나 개념의 폭이 상당히 넓다는 말이다. ‘낭만적’이란 말에 드물게는 브루크너의 4번 교향곡 ‘로만티쉬’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다. 최백호는 이렇게 낭만을 노래한다.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리를 들어보렴/…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꼭 낭만을 노래한 가수가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에게 낭만은 ‘다시 못올 것’ 같은 과거형으로 다가온다. 낭만에는 상실감을 동반한 아련한 추억 같은 무엇이 묻어 있다. 낭만은 어느 편이냐 하면, 대체로 .. 더보기
[여적] 피장파장의 오류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의 제명안이 지난해 여름 국회에서 부결됐다. 강 의원의 성희롱 발언은 그 전해 7월에 있었고 한나라당은 그를 곧 제명해 무소속으로 만들었지만 의원 제명은 여의치 않았다. 표결에 앞서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의원은 “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는 예수의 말을 인용해 그를 감쌌다. “당신들은 깨끗한가. 그렇지 않다면 제명시킬 자격이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 이 발언에 설득돼 “그만한 일로 제명당하면 남아 있을 국회의원이 몇이나 되겠나”라며 마음을 돌린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지 강 의원은 금배지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이 성희롱 발언 파문 당시 언론보도 내용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가 논리학에서 말하는 피장파장의 오류' 덕분에 .. 더보기
[여적] 20대 지도자 창졸간에 아버지 김정일의 급서로 북한 권좌에 오른 김정은을 보면서 필자는 2300여년 전 마케도니아 왕 알렉산드로스를 생각하게 됐다. 이는 몇 가지 점에서 전혀 뜬금없는 게 아니다. 우선 북한의 3대째 권력승계는 세습왕조란 비판의 설득력을 강화했다. 공산주의 역사에 이런 3대째 세습은 유례가 없다. 둘째, 부왕 필리포스 2세가 암살되고 왕위에 올랐을 때 알렉산드로스의 나이는 20살이었다. 김정은도 20대 후반에 나라를 물려받았다. 정말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세번째 대목이다. 정복전쟁에 나선 알렉산드로스는 소아시아의 고르디우스에서 신전 기둥에 단단히 묶여 있는 마차를 만났다.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는 예언이 전해 내려왔는데, 매듭이 어찌나 단단한지 아무도 못 풀었다. 알렉산드로스.. 더보기
[여적] 한 장의 사진  때론 낡은 책갈피 사이에서 툭 떨어진 빛바랜 사진 한 장이 우리를 아련한 추억 속으로 인도한다. 그리하여 흘러간 노랫가락이 떠오르기도 한다. “즐거웠던 그날이 올 수 있다면/ 아련히 떠오르는 과거로 돌아가서/ 지금의 내 심정을 전해보련만/ 아무리 뉘우쳐도 과거는 흘러갔다.”(여운의 ‘과거는 흘러갔다’) 이렇게 사진은 우리 인생 한 장면의 소묘로 남게 되지만, 어떤 경우에는 역사의 기록으로서, 드물게는 역사를 바꾸는 계기로서의 역할도 한다. 여기 멍한 얼굴로 아버지의 영정을 끌어안고 있는 어린 사내아이 사진이 있다. 1980년 5월 광주항쟁 때 어느 외신이 찍었다는 이 사진은 다른 어떤 현장사진 못지않게 그 시대 그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해 준다. 기록·보도사진을 얘기하려면 전설적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를 빼.. 더보기
[여적] 논점이탈 논리학에서 다루는 대표적 오류로 ‘논점이탈’이 있다. 가령 산신령과 금도끼 일화에서 산신령이 금도끼를 들고 나타나 “이게 네 도끼냐”고 묻는다면 나무꾼은 “네, 맞습니다”라거나 혹은 “제 것이 아닙니다”고 답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금도끼는 쇠도끼보다 값은 비싸지만 실용적이지 않습니다”라고 했다면 그건 논점에서 벗어나 엉뚱한 대답을 한 셈이 된다. 이것이 논점이탈의 오류다. “왜 게임을 불법복제하느냐”는 질문에 “요즘 게임은 너무 비싸. 아니, 요즘 물가 자체가 너무 높아. 그래서 우리나라가 힘든 거야”라고 했다면 이것도 논점이탈이다. 불법복제의 이유를 대는 듯하더니 차츰 나라살림 쪽으로 얘기가 빗나갔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미국의 어두운 단면을 한참 비판하는데, 대뜸 왜 북한 비판은 안 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