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개각을 두고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 얘기가 나오지만 근본 문제는 역시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이다. 기어이 조현오씨를 경찰청장에 임명한 걸 보면 그렇다. 엊그제 심명필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은 “짧은 기간에 성공하면 무수한 나라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속도전에 대한 신념을 토로했다. 이것도 심명필이란 ‘아바타’가 아니라 주인 이명박의 확신이 문제일 것이다.

[##_1C|cfile22.uf@205A0B334E858E9108A498.jpg|width="500" height="332" alt="" filename="cfile22.uf@205A0B334E858E9108A498.jpg" filemime=""|경향신문DB | 2011.03.03._##]
이명박 대통령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그는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 “우리 식구의 일과는 새벽 4시에 시작됐다. 어머니가 우리 형제들을 전부 깨워 놓고 새벽기도를 드렸기 때문이다”고 썼다. 이런 모태신앙의 장로 대통령이 기독교의 영향을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도 자연스럽다. 그의 통치행위와 정책에서 드러나는 독선적 모습이 신앙과 어떤 관계가 있지 않나. 혹시 신앙이 독선을 부추기지 않았을까.

신앙과 독선의 상관관계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실증적 사례다. 는 9·11테러를 겪으면서 근본주의적 기독교관이 작동했다. 부시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미국과 미국에 동조하는 국가는 선으로, 테러리스트와 미국에 반대하는 국가는 악으로 규정했다. 세계를 선과 악, 동지와 적으로 나누는 극단적 이분법이다. 부시가 테러와의 전쟁을 ‘십자군 전쟁’이라고 말했다가 파문이 일자 백악관이 황급히 취소했다. 그러나 부시에게 이 싸움은 필시 이교도의 땅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에 맞선 성전이었다. 

종교적 확신, 때론 맹신 부추겨

실제로 부시는 “하느님이 알 카에다를 치라고 하셨고 나는 그들을 쳤다. 또 후세인을 치라고 하셨고 그렇게 했다”고 말한 것으로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가 보도했다. 이렇게 전쟁에 신탁(神託)의 의미가 부여되면 맹신이 눈을 가리고 논리는 하찮은 게 된다.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 저스틴 프랭크는 부시가 현직에 있던 2004년 <부시의 정신분석>이란 책을 썼다. 저자는 “자신을 선한 편, 즉 하느님 편에 앉힘으로써 부시는 스스로를 모든 세속의 논쟁과 토론을 초월한 존재로 자리매김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신은 우리 편’이라는 철석같은 믿음은 종교적 절대주의, 신정(神政)정치로 접근한다.

이 대통령의 정신세계를 움직이는 중대 요소도 기독교 신앙인 것 같다. 서울 시장 때인 2004년 그는 개신교 청년 모임에서 ‘서울을 하나님께 드리는 봉헌서’를 낭독했다. 가장 큰 치적으로 꼽히는 청계천 복원사업에서도 2005년 9월12일 준공 감사예배를 열어 “청계천 복원은 보이지 않게 드린 무릎 기도를 하나님께서 받고 이루신 것”이라고 말했다(김지방 지음, <정치교회>). 이 책에 따르면 청계천 복원 후 한 교회에서 그는 “사업 계획을 발표하자 상인 22만명이 머리를 깎고 항의했는데 그들의 마음이 이명박을 믿어보자고 다잡은 놀라운 역사가 일어났다. 하나님이 해 주신 것”이란 간증을 했다. 이날 이 시장이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게 해달라고 기도한 사람이 최근 불법사찰 피해를 공개한 남경필 의원이었다.

이 대목에서 이 대통령이 4대강에 대해서도 유사한 종교적 확신을 갖고 있다는 짐작이 가능하다. 여기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여론의 지속적인 반대에도, 문수 스님이 제 몸을 불살라 중단을 호소했음에도, 그의 4대강 사업에 대한 확신은 흔들리지 않는 강철 같은 모습이다. 지방선거 패배 후 첫 연설에서도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4대강 사업은 생명 살리기이며 물과 환경을 살리는 것이다, 경부고속도로 등 국책사업들도 처음엔 반대에 부딪혔으나 국가 발전의 견인차가 됐다….

4대강사업저지 대책위원장인 지관 스님은 “눈에 보이는 치적만 생각하는 것이 마치 독선적 신앙을 보는 것 같다”며 “청계천 환상을 믿고 있기 때문에 논의하거나 타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한밤중에 4대강 사업, 토목입국에 대한 무슨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공적 영역선 균형감각·절제 필요

대통령이라고 해서 종교의 자유를 제한받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직무와 관련된 공적 영역에서는 고도의 균형감각과 절제가 필요하다. 그것이 신정국가가 아닌 세속국가의 규범이요 윤리다. 신앙의 이름으로 강화된 독선과 오기 때문에 최고지도자의 큰 국가정책이 오도됐을 경우 그 결과는 재앙이 되기 십상이다. 부시는 2개의 전쟁에서 무수한 인명을 살상함으로써 사실상 전범이 되었다. 이 대통령은 창조주의 권능을 거스른 4대강 파괴자로 기억되려 하나.

Posted by 김철웅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