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적

인순이의 꿈

가수 인순이(50)의 학력은 중졸이다. 중학교 땐 교과서를 팔아 엄마와 이모, 여동생이 며칠 끼니를 때울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교 진학을 포기했다. 포천 청산중학교 시절 영어 선생님이 결혼한다고 해서 포천 백의리에서 서울 수유리까지 아이들과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책을 팔아 여비로 거금 500원을 만들긴 했는데 가족들 생각 때문에 고민하다 가지 못했다. 인순이는 작년 콘서트에 그 선생님을 모신 적이 있다. 히트곡 ‘거위의 꿈’을 절반도 다 못 부르고 목이 메어 버렸다.

                                            <거위의 꿈> 인순이


작년 말 인순이는 한 대학에서 특강을 했다. 혼혈로서 겪어야 했던 어린 시절의 고생담과 가수로 성공하기까지의 곡절들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어렸을 때는 혼혈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사회에 나오니 혼혈에 대한 편견의 벽이 높았다. 혼혈인으로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직도 근본적인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다고도 했다. 인순이는 노래 ‘거위의 꿈’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노래를 만든 사람이 전생에 나와 어떤 인연이 있었기에 내 처지와 똑같은 노래를 만들었는지 깜짝 놀랐다. 결국 이 노래로 가요 프로그램 1위도 해볼 수 있었다.”

‘거위의 꿈’은 가수 이적이 1997년 김동률의 곡에 가사를 붙여 완성한 노래라고 한다.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내 가슴 깊숙히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혹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 내 등 뒤에 흘릴 때도/난 참아야 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 날을 위해/…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가사대로 인순이는 “꿈조차 꿀 수 없는 현실에서 태어났지만 결국 꿈을 이루었다”고 말했다.

올해로 가수 생활 30돌을 맞은 인순이가 또 다른 소박한 꿈을 공개했다. 바로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공연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미국 카네기홀에서도 공연을 했는데 예술의전당 오페라홀에서는 대중가수가 설 수 없다는 게 섭섭하고 속상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극장 측은 예술의전당은 작품성과 예술성을 중시하는 클래식 중심 연주장으로 인순이의 신청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라고 밝혔다. 순수음악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 시대라는데 내년쯤엔 인순이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까.

                                    거위
2008.03.06 17:53

'여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적]국가경쟁력  (0) 2026.09.13
흑백대결, 또는 화합  (1) 2026.04.27
[여적]YS 제명의 기억  (1) 2013.12.11
[여적]존재감  (1) 2013.12.05
[여적]붉은 청어  (0) 2013.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