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노래가 위로다
ㆍ김철웅 지음 | 시사인북 | 351쪽 | 1만5000원
“유행가가 다 내 얘기처럼 들려. 저 노래 가사가 내 심장을 도려내는 거 같아.”
청춘의 한 시절 실연당한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선술집에 마주앉았을 때 그가 울먹이며 말했다. 늘 팝송만 듣던 그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트로트를 듣다가 꺼이꺼이 울었다. 덩치가 산만 한 녀석이었다.
김철웅의 책 <노래가 위로다>는 ‘갈 곳 없는 이들을 사로잡는 대중가요의 사회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재작년 말 신문사 논설실장을 끝으로 정년퇴직한 그는 “세대 불문하고 팍팍한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에게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노래라는 생각에서 책을 썼다”고 말한다. 저자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우연히 듣게 된 노래 한 곡으로 위로받은 에피소드로 책을 시작한다. “밤 깊은 마포종점 갈 곳 없는 밤전차/ 비에 젖어 너도 섰고 갈 곳 없는 나도 섰다”라고 노래한 은방울자매의 ‘마포종점’이었다.
노래로 전 세계를 들썩거리게 하는 ‘K팝의 나라’ 대한민국은 어딜 가나 노래 천지다. 한 집 건너 노래방이고, 오디션 프로그램이 끊이지 않으며, 실용음악과만 수십 곳이다. 누구에게나 노래는 추억이고, 낭만이고, 삶의 활력이다. 그래서 실연당한 청년이나 정년을 앞둔 논객이 트로트 곡에 ‘꽂힌’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러시아 특파원과 신문사 논설위원을 지내면서 명칼럼니스트로 이름이 높았던 저자가 노래를 텍스트로 책을 냈다는 건 의외다. 저자의 국제부 기자시절 데스크였던 표완수씨(시사주간지 ‘시사인’ 대표)는 ‘추천의 말’에서 “김철웅과 대중가요의 미스매치 때문에 놀랐다”고 고백한다. 이어 “당혹과 낯섦이 놀라움으로 바뀌고 이내 감탄과 공감을 불러왔다”고 술회한다.
남인수에서 2AM, 이난영에서 씨스타까지. 대중음악평론가도 아닌 저자는 300여곡의 대중가요를 불러내서 위로이자 사랑이고, 저항이자 일상인 노래를 이야기한다. 때로 러시아문학과 클래식 이야기가 곁들여지고, 노랫말의 탄생배경을 시대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하여, 노래가 곧 ‘위대한 기록’이자 ‘대중들의 쉼터’임을 입증해낸다.
1970년대 말 노래모임 ‘참새를 태운 잠수함’의 멤버로 무대에도 섰던 저자는 탁월한 음악적 감수성으로 숨어있는 노래들을 찾아내 독자에게 펼쳐보인다. 저자는 베이비부머가 ‘낭만에 대하여’(최백호)로, 88만원세대는 ‘싸구려커피’(장기하)로 위로받는다고 말한다.
또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 잔’을 들으면서 첫사랑을 떠올리듯 모든 사람들에게 노래는 추억이라고 말한다. 이영훈의 곡 ‘옛사랑’(이문세)처럼 대개의 사랑노래가 슬픈 건 한바탕 울고 나면 가슴이 후련해지는 이치와 같다고 설명한다. “창문에 비치는 희미한 두 그림자”(조영남 ‘딜라일라’)가 “오늘밤 나는 보았네. 그녀의 불 꺼진 창을”(이장희 ‘불꺼진 창’)로 변주되듯 노래도 꼬리를 문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 책은 노래를 텍스트로 기자의 시각에서 쓰인 사회비평서이자 문화비평서다. 젊은이들에게는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를 통해 팍팍한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중년들에게는 사랑과 추억을 호명하며 당당하게 노년을 준비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책이다.
<경향신문 오광수 기획에디터 oks@kyunghyang.com>
ㆍ김철웅 지음 | 시사인북 | 351쪽 | 1만5000원
“유행가가 다 내 얘기처럼 들려. 저 노래 가사가 내 심장을 도려내는 거 같아.”
청춘의 한 시절 실연당한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선술집에 마주앉았을 때 그가 울먹이며 말했다. 늘 팝송만 듣던 그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트로트를 듣다가 꺼이꺼이 울었다. 덩치가 산만 한 녀석이었다.
김철웅의 책 <노래가 위로다>는 ‘갈 곳 없는 이들을 사로잡는 대중가요의 사회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재작년 말 신문사 논설실장을 끝으로 정년퇴직한 그는 “세대 불문하고 팍팍한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에게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노래라는 생각에서 책을 썼다”고 말한다. 저자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우연히 듣게 된 노래 한 곡으로 위로받은 에피소드로 책을 시작한다. “밤 깊은 마포종점 갈 곳 없는 밤전차/ 비에 젖어 너도 섰고 갈 곳 없는 나도 섰다”라고 노래한 은방울자매의 ‘마포종점’이었다.
노래로 전 세계를 들썩거리게 하는 ‘K팝의 나라’ 대한민국은 어딜 가나 노래 천지다. 한 집 건너 노래방이고, 오디션 프로그램이 끊이지 않으며, 실용음악과만 수십 곳이다. 누구에게나 노래는 추억이고, 낭만이고, 삶의 활력이다. 그래서 실연당한 청년이나 정년을 앞둔 논객이 트로트 곡에 ‘꽂힌’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러시아 특파원과 신문사 논설위원을 지내면서 명칼럼니스트로 이름이 높았던 저자가 노래를 텍스트로 책을 냈다는 건 의외다. 저자의 국제부 기자시절 데스크였던 표완수씨(시사주간지 ‘시사인’ 대표)는 ‘추천의 말’에서 “김철웅과 대중가요의 미스매치 때문에 놀랐다”고 고백한다. 이어 “당혹과 낯섦이 놀라움으로 바뀌고 이내 감탄과 공감을 불러왔다”고 술회한다.
남인수에서 2AM, 이난영에서 씨스타까지. 대중음악평론가도 아닌 저자는 300여곡의 대중가요를 불러내서 위로이자 사랑이고, 저항이자 일상인 노래를 이야기한다. 때로 러시아문학과 클래식 이야기가 곁들여지고, 노랫말의 탄생배경을 시대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하여, 노래가 곧 ‘위대한 기록’이자 ‘대중들의 쉼터’임을 입증해낸다.
1970년대 말 노래모임 ‘참새를 태운 잠수함’의 멤버로 무대에도 섰던 저자는 탁월한 음악적 감수성으로 숨어있는 노래들을 찾아내 독자에게 펼쳐보인다. 저자는 베이비부머가 ‘낭만에 대하여’(최백호)로, 88만원세대는 ‘싸구려커피’(장기하)로 위로받는다고 말한다.
또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 잔’을 들으면서 첫사랑을 떠올리듯 모든 사람들에게 노래는 추억이라고 말한다. 이영훈의 곡 ‘옛사랑’(이문세)처럼 대개의 사랑노래가 슬픈 건 한바탕 울고 나면 가슴이 후련해지는 이치와 같다고 설명한다. “창문에 비치는 희미한 두 그림자”(조영남 ‘딜라일라’)가 “오늘밤 나는 보았네. 그녀의 불 꺼진 창을”(이장희 ‘불꺼진 창’)로 변주되듯 노래도 꼬리를 문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 책은 노래를 텍스트로 기자의 시각에서 쓰인 사회비평서이자 문화비평서다. 젊은이들에게는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를 통해 팍팍한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중년들에게는 사랑과 추억을 호명하며 당당하게 노년을 준비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책이다.
<경향신문 오광수 기획에디터 oks@kyunghyang.com>
입력 : 2015-11-06 20: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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