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착(近着) ‘이코노미스트’지가 요즘 이탈리아 정정 기사 제목을 ‘더 풀 몬티’라고 붙였다. 신임 총리의 이름이 마리오 몬티임에 착안해, <풀 몬티>라는 영국 영화 제목을 패러디한 것이다. 이 잡지는 가끔씩 문학·예술에서 따온 제목이나 인용문을 구사해 감칠맛을 준다. 영화 <풀 몬티>는 실직한 철강 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해 스트립쇼에 나서는 얘기를 유쾌하면서도 눈물겹게 그렸다. ‘풀 몬티’는 영국 속담으로 ‘홀딱 벗는다’는 뜻이다.
영화 <풀 몬티>(1998)
이 제목은 몬티 총리가 처한 상황을 절묘하게 암시한다. 몬티는 악명높은 난봉꾼 총리 베를루스코니로부터 문자 그대로 부실정권을 물려받았다. GDP의 120%에 달하는 1조9000억유로 규모의 정부부채를 줄여 2013년 말까지 균형재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는 국가 경제위기의 구원투수이자 유로존 붕괴를 막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졌다. 그야말로 홀딱 벗고 달려야 할 판이다. 몬티는 이를 위해 비상한 선택을 했다. 내각 구성원 16명을 전원 전문가와 학자, 관료로 채웠다. ‘정치인’은 완전히 배제했다. 이 또한 <풀 몬티>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
몬티 총리는 개혁을 추진하는 데 정치인이 필요없어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새 내각에 정치색이 없어야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고 집행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데 정치권의 눈길은 곱지 않다. 배제된 것이 기분 나쁜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차원을 넘어 부유세 도입, 연금개혁 등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는 데는 정치권의 도움도, 장관 자신의 정치력도 필요하다. 순수 전문관료 내각, 테크노크라트 정부가 만병통치일 수는 없다.
마침 한국에서도 이와 맥이 통하는 일들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제1야당은 후보도 못 내고 집권당은 정치 경험이 없는 시민후보에게 패했다. 정치인·정당에게 악몽이었다. 이 ‘대사건’은 정치인이란 게 날 때부터 명찰 달고 나오는 존재가 아님을 일반에게 많이 인식시켰다. 며칠 전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퇴임 직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과학자가 과학을 해야지, 왜 정치권에 기웃거리나”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 장관 같은 분이 잘하고 있었다면 우리가 정치할 생각을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는데, 안 원장도 비슷한 생각 아닐까 한다.
영화 <풀 몬티>(1998)
이 제목은 몬티 총리가 처한 상황을 절묘하게 암시한다. 몬티는 악명높은 난봉꾼 총리 베를루스코니로부터 문자 그대로 부실정권을 물려받았다. GDP의 120%에 달하는 1조9000억유로 규모의 정부부채를 줄여 2013년 말까지 균형재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는 국가 경제위기의 구원투수이자 유로존 붕괴를 막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졌다. 그야말로 홀딱 벗고 달려야 할 판이다. 몬티는 이를 위해 비상한 선택을 했다. 내각 구성원 16명을 전원 전문가와 학자, 관료로 채웠다. ‘정치인’은 완전히 배제했다. 이 또한 <풀 몬티>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
몬티 총리는 개혁을 추진하는 데 정치인이 필요없어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새 내각에 정치색이 없어야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고 집행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데 정치권의 눈길은 곱지 않다. 배제된 것이 기분 나쁜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차원을 넘어 부유세 도입, 연금개혁 등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는 데는 정치권의 도움도, 장관 자신의 정치력도 필요하다. 순수 전문관료 내각, 테크노크라트 정부가 만병통치일 수는 없다.
마침 한국에서도 이와 맥이 통하는 일들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제1야당은 후보도 못 내고 집권당은 정치 경험이 없는 시민후보에게 패했다. 정치인·정당에게 악몽이었다. 이 ‘대사건’은 정치인이란 게 날 때부터 명찰 달고 나오는 존재가 아님을 일반에게 많이 인식시켰다. 며칠 전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퇴임 직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과학자가 과학을 해야지, 왜 정치권에 기웃거리나”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 장관 같은 분이 잘하고 있었다면 우리가 정치할 생각을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는데, 안 원장도 비슷한 생각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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