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핵심적 난제는 비정규직 문제다.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도 따지고 보면 비정규직 문제와 직결돼 있다. 한국은 이 비정규직 비율이 너무 높다. 3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2.34%)의 3배 가까이 된다. 그것도 임시·일용 근로자를 제외했을 때이고 이들까지 포함시키는 노동계 통계로는 49.8%로 정규직 비율 50.2%와 비등하다. 정규직 월평균 급여는 266만원, 비정규직은 123만원이다. 이렇게 비정규직이 많고 임금격차가 심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기에? 한마디로 전방위적 비정규직화다. 엊그제 문화일보에 따르면 새로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도에도 비정규직이 판치고 있다. 대학 47곳의 전임 입학사정관 342명 중 275명(80.4%)이 비정규직 신분이었다. 정규직은 67명(19.6%)에 불과했다.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입학사정관제의 성패는 사람, 곧 사정관에게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신분이 이렇게 불안하니 이직률이 높고, 따라서 전문성 축적도 어려운 건 불문가지다. 학생의 숨은 자질을 발굴해내는 눈썰미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배우 유지태가 얼마 전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다. 그 이유는 가까운 무술감독이 3년 전 중국에서 영화촬영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는데 비정규직이어서 보상을 못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를 계기로 비정규직의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거다. 참 가상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사회복지사 영역도 비정규직투성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의 약 60%가 비정규직이라고 한다.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돌봐야 하는 이들의 상당수가 계약직, 이른바 ‘고용난민’으로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으니 이런 사회복지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엊그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국제 노동계 대표 등과 만나 “나도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학생 시절 시장과 공사 현장에서 청소와 막노동을 한 경험을 말한 것 같다. “나의 꿈은 고정적 일자리를 얻어서 꾸준히 월급을 받는 것이었다”며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매우 중요한 의제로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우 중요한 얘기를 했다. 문제는 이런 인식이 한국의 턱없이 높은 비정규직 비율을 낮추는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것인가다. 이른바 노동유연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기업에 한없이 ‘프렌들리’한 성향으로 볼 때 회의적이다.

Posted by 김철웅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