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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레닌 랜드 러시아의 울리야노프스크는 볼가강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의 아름다운 도시다. 훗날 레닌으로 불리게 되는 혁명가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야노프는 1870년 이곳에서 태어났다. 도시를 끼고 흐르는 볼가강의 유역은 풍요로운 농업지대로 예로부터 러시아인들에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다. 동시에 이 지역은 17세기 스텐카 라진, 18세기 푸가초프 농민반란의 무대이기도 했다. 그만큼 러시아 농촌의 뿌리 깊은 착취와 빈곤을 드러내는 곳이었다. 울리야노프스크에는 레닌의 생가가 본래 장소에 보존돼 있다. 레닌 가족이 사용했던 가구들도 남아 있다. 또 거대한 기념관이 레닌 탄생 100주년인 1970년 건립돼 레닌의 데드 마스크와 여러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이 기념관과 주변 공원은 과거 한때 하루 방문자가 1만7천명에 달.. 더보기
[월드리뷰] 神政으로 가는 미국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얼마 전 자신의 책 ‘강자와 전능한 신(the Mighty and the Almighty)’을 내면서 가진 인터뷰에서 음미할 만한 얘기를 했다. ˝“링컨은 ‘우리는 신의 편이 돼야 한다(We have to be on God’s side)’고 했지만 부시는 ‘신은 우리 편이다(God is on our side)’라고 말한다”는 것이었다. 둘은 비슷한 표현 같지만 들여다 보면 신에 대한 화자의 시선에 큰 차이가 있다. 올브라이트는 이렇게 링컨의 겸허한 신앙과 대조되는 부시의 신앙을 ‘종교적 절대주의’라고 비판했다. 올브라이트가 말한 기독교 절대주의, 기독교 근본주의에는 미국이 적으로 규정한 이슬람 근본주의에 못지 않게 독선적·광신적 성격이 내포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 더보기
[여적] 전쟁과 사랑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반전주의자였지만 소설은 전쟁과 죽음을 소재로 한 것이 많았다. 이를 통해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은 인생이란 전투에서 패배할지언정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는 철학이었다. 그는 그것이 용기로 죽음과 대면함으로써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의 장편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는 1937년 파시스트 정권과 좌파 공화군으로 갈라져 싸우던 스페인 내전이 배경이다. 이야기는 공화군으로 투신한 미국 청년 로버트 조던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철교 폭파 임무를 부여받은 조던은 순박한 스페인 소녀 마리아와 사랑에 빠진다. 단 사흘 동안의 사랑이었지만 누구보다 뜨거웠다. 조던은 철교 폭파에 성공하지만 적탄에 쓰러진다. 울며 매달리는 마리아를 떠나보낸 조던은 쫓아오는 적들을 향해 최후의 총탄을 퍼붓는다. 소설.. 더보기
[여적] 제로 톨러런스 ‘톨레랑스(관용)’란 말이 있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이 말은 16세기 종교개혁 시기에 프랑스에서 ‘자기와 다른 종교·종파·신앙을 가진 사람을 용인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역설적으로 톨레랑스는 ‘앵 톨레랑스(불관용)’에 대한 단호한 앵 톨레랑스를 전제한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되 극단적 앵 톨레랑스까지 관용할 수는 없다. 즉 톨레랑스해야 할 것들을 톨레랑스하지 않는다면, 톨레랑스는 그 앵 톨레랑스와 싸워야 한다. 톨레랑스를 지키기 위해 앵 톨레랑스는 필수적이다. “나는 당신의 견해에 반대하지만, 누군가 당신의 말할 자유를 탄압한다면 당신 편에 서서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다”라는 볼테르의 선언은 투철한 톨레랑스와 앵 톨레랑스의 정신을 보여준다. 프랑스의 앵 톨레랑스 개념은 미국에서 .. 더보기
[여적] 장벽 평소 ‘소통(疏通)’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이창동 감독은 문화부 장관 재직 때 문화를 ‘소통의 방식’으로 정의하고 자신이 할 일은 “집단과 집단, 세대와 세대 간의 소통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퇴임 후 감독으로 돌아온 이유를 “영화가 소통의 유효한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을 정도로 소통론자였다. 오늘날 인류의 소통은 광속도다. 그 발달 속도도 너무 빨라 따라잡기 힘들 정도다. 10∼20년 전이 아니라 불과 1∼2년 전의 소통 수단과 방식도 어느새 구닥다리가 돼 버린다. 빠른 소통을 매우 중시하는 세계화 시대에는 온갖 유·무형의 장벽들이 급속도로 허물어진다. 그러나 이렇게 장벽들이 허물어지는 대신 다른 두터운 장벽들이 들어서는 기현상도 빚어진다. 1989년 11월 9일 동서 냉전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