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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날짜변경선 변경

며칠 전 이런 제목의 외신이 들어왔다. “사모아 내일로 이사한다.” 남태평양의 인구 21만명 섬나라 사모아가 내일로 이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무슨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하는 얘기가 아니다. 방법은 간단하다. 날짜변경선을 국토의 동쪽으로 옮기면 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현재 날짜변경선 동쪽에 붙어 있는 이 나라가 날짜변경선 서쪽으로 옮기면 그게 바로 내일로 이사하는 게 된다. 투일라에파 사일렐레 사모아 총리가 엊그제 이런 이사 계획을 발표했다. 
 
이 특별한 이사는 오는 12월29일을 기해 결행될 것 같다고 한다. 이날 사모아가 날짜변경선을 동쪽으로 옮기면 사모아는 곧바로 하루를 건너뛰어 30일이 되며 자연스럽게 2012년 새해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날짜변경선 동쪽에서 서쪽으로 넘어가면 하루를 단숨에 점프하게 된다. 

사모아가 시간 이사를 하게 된 큰 이유는 경제다. 갈수록 경제교류가 늘어나는 서쪽의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아시아와 같은 날짜를 쓰는 게 여러 모로 유용하기 때문이다. 지금 사모아 시간은 시드니보다 21시간이나 늦다. 이사를 하면 3시간을 앞서 가게 된다. 사모아는 그동안 호주, 뉴질랜드와 교역을 하며 일주일 중 이틀을 손해봤다. 사모아가 금요일일 때 뉴질랜드는 토요일이고, 사모아인들이 일요일 교회에 있을 때 시드니나 브리즈번은 한창 바쁜 것이다. 급한 일로 호주, 뉴질랜드를 방문하려 해도 화요일 이후론 비자 발급이 거의 불가능했다. 

관광 진흥 목적도 있다. 사모아는 큰 섬 2개로 돼 있는데 이번 시간 이사 대상은 서(西)사모아다. 동(東)사모아는 종전대로 미국 서부시간을 쓰게 된다. 이렇게 되면 비행기로 한시간 안에 두 날짜대를 여행할 수 있다. 관광객들은 사모아 안에서 생일과 결혼, 기념일을 이틀에 걸쳐 즐길 수 있다. 

시간 이사를 한 나라가 사모아가 처음은 아니다. 사모아 북쪽, 역시 날짜변경선 근처에 있는 키리바시는 원래 국토가 두 날짜에 걸쳐 있는 유일한 나라였다. 1995년 그것이 불편하다며 날짜변경선을 동쪽으로 옮겨 모든 날짜를 일치시켰다. 사모아는 그 반대인 경우다. 사모아의 시간 이사는 나름의 국가 발전전략이자 희귀한 실험일 터라 벌써부터 성패가 궁금해진다. 그건 그렇고 서사모아에선 하루 24시간이 사라지게 되는데 그날 그 시간의 의미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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