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논객닷컴

부익부·빈익빈 여전한 까닭은?

 중·고등학교 다닐 때 배운 ‘앵겔계수’는 가계의 총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계산은 <엥겔계수(%)=식료품비지출/총소비지출×100>하면 나온다. 소득이 낮을수록 앵겔계수가 높고, 소득이 높을수록 낮아진다. 한국은 2025년 엥겔계수가 30.3%로, 1994년 30.0% 이후 31년 만에 30%를 넘었다. 계수가 높다는 것은 소득 대비 먹는 비용 비중이 커 여유자금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명품의 추억

신세계백화점 본점(서울 중구 충무로1가 )

 실제 사례를 들어보자. 지난 2일 MBC는 <백화점 매출 40%가 명품···불황 속 ‘소비 양극화’ 심화>라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고가 명품들의 매출 호조에 힘입어 올 상반기 백화점 전체 매출도 지난해보다 20.1% 늘었다. 시내 한 백화점 명품관의 경우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를 호가하는 보석류와 손목시계, 가방들이 즐비하다. 일부 브랜드들은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하고, 입장 대기 번호를 받는 건 일상이 됐다는 게 이 방송의 보도다. 
 신세계의 경우 올 상반기 매출에서 해외 명품 브랜드가 차지한 비중이 44.4%였다. 롯데 백화점도 매출 증가율이 35%에 달했다. 반면 알뜰 쇼핑객들이 많이 찿는 대형마트는 매출이 마이너스 7.3%였다. 깊어 가는 경기 불황 속, 소비 양극화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앞서 지난 달 25일 SBS의 <명품은 더 사고, 아낄 건 아낀다…커진 ‘K자 소비’>란 보도도 내용은 같다. 신세계, 롯데, 현대 등 백화점 3사 매출에서 명품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4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36.1%)과 비교했을 때 3.9%포인트 커진 것이다. 5월 기준 백화점 전체 매출이 한 해 전보다 24.5% 늘었는데, 명품 매출 증가율은 이보다 더 큰 37.3%를 기록하면서 총매출에서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주가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를 누리는 부유층은 명품·프리미엄 제품 소비를 늘리고, 그렇지 못한 소비자는 편의점 등 저가 채널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K자 양극화 소비’ 패턴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따라 백화점과 편의점 매출은 지난해 7월 이후 올해 5월까지 11월 연속 증가세다.

K자 양극화 소비 패턴, 왜?

 한국의 임금 불평등이 2010년대에 완화되다 2020년대 들어 다시 심해지는 추세로 전환한 주요 원인으로 최저임금 인상률 둔화 및 비정규직 증가로 지목됐다고 지난 8일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김수현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원의 논문 ‘2020년 전후 국내 노동시장의 시간당 임금 불평등 추세 전환 분석’을 인용해, 한국의 시간당 임금 불평등은 2010년부터 전반적으로 완화됐으나, 2020년을 전후해 불평등이 심화하는 쪽으로 추세가 전환됐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이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고임금 노동자와 저임금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 격차는 2010년 5.517배에서 2020년 3.485배까지 줄었다. 하지만 2024년에는 3.619배로 다시 확대됐다. 김 연구원은 “2020년 이후 임금 불평등 추세 전환의 핵심은 저임금 노동자의 상대적 임금 하락에 있다”고 분석했다.
 논문은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하락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률 둔화를 꼽았다.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7.7%였지만, 2020년부터 2024년까지는 연평균 3.5%로 인상폭이 크게 줄었다. 지난 5일 노동부가 확정 고시한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700원으로 올해보다 3.7% 인상된 금액이다. 
 일자리 양극화와 인구 고령화, 고학력화, 비정규직 증가도 임금 불평등을 심화시킨 요인이었다. 김 연구원은 “2020년 이후에는 비정규직 비중의 상승폭이 커져 그 영향이 한층 강해졌다”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거 취약도

                                        정릉골 주민 정모씨의 집(7월18일, 연합뉴스)
                                       
 10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일 기준으로 판잣집이나 비닐하우스 등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하거나 일정한 거처 없이 여관 등을 전전하는 주거 취약 가구가  총 54만5000가구로, 전체 가구(2324만6000가구)의 2.3%를 차지했다. 
 호텔·여관 등 숙박업소 객실에서 사는 가구가 5만8000가구, 판잣집·비닐하우스 9410가구, 주택 이외 거처 중 ‘기타’에 사는 가구는 47만8000가구로 각각 집계됐다. 주택 이외의 거처 중 ‘기타’는 공사장 임시막사와 상가, 마을회관 등이 해당한다. 오피스텔, 호텔·여관 등 숙박업소의 객실, 기숙사·특수사회시설, 판잣집·비닐하우스 등을 제외하고 주택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모든 거주 공간을 말한다.
 주거 취약 가구는 2015년 40만3000가구에서 2020년 49만가구로 21.5% 증가했고, 지난해에도 5년 전보다 11.2% 늘었다. 시도별로 보면 경기가 14만8000가구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서울 13만1000가구로, 서울·경기에 전체 주거 취약 가구의 51.2%를 차지하는 28만가구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눈 비율인 주택 보급률은 2024년 103%다. 가구보다도 주택이 많은 것으로, 산술적으로 보면 가구당 주택 한 채를 보유할 수 있다. 그렇지만 주택에서 밀려난 가구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인간불평등기원론?

 인간불평등기원론은 프랑스의 장자크 루소가 1755년 쓴 책이다. 그는 인간 사이 불평등의 기원과 그것이 자연법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탐구했다. 루소는 문명과 사유 재산의 확산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이를 ‘합법화’하는 사회 제도가 형성된다고 보았다. 
 루소는 책 1부에서 ‘자연 상태’의 고립된 자연인은 비교·지배가 두드러지지 않아 근본적으로 평등하다고 설명한다. 2부에서는 사회 형성, 특히 농업·야금의 발달과 사유 재산의 등장이 빈부 격차와 지배·복종을 낳고, 법과 제도가 이를 고착화한다고 썼다. 이 저작은 불평등을 개인 본성보다 사회 구조와 제도의 산물로 본다. 
 결론적으로 필자가 하고 싶은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이런 상황을 그냥 받아들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