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게이트’에서 내가 특히 주목한 것은 경찰과 업소의 유착 부분이었다. 사건 성격은 비리의 종합선물세트 같지만, 공권력의 부패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이 가수 정준영씨의 카카오톡 대화방 자료 등을 검찰에 이첩한 것에 대해 “검찰로 보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것도 이 문제를 건드린다. 그는 “버닝썬 관련 공익 신고에 경찰 유착과 부실 수사 내용이 있다”며 “이 부분도 일정 정도 (영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경찰이 못 미더워 검찰로 넘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건 요소요소에서 경찰이 등장한다. 클럽 버닝썬에서 1년간 경찰에 접수된 신고는 122건이었지만 현행범 체포는 8건에 불과했다. 미성년자 출입 사건 무마를 위해 버닝썬 돈을 경찰에 전달했다는 내부 증언도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경찰이 버닝썬에서 뇌물을 받는지 조사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순식간에 동의자가 20만명을 넘었다. ‘경찰총장’도 관심사였다. 문제의 카톡방에 이 사람이 “영업에 뒤를 봐주고 있다”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경찰총장’은 현직 총경이라고 한다.

경찰은 딜레마에 빠졌다. 수사의 성패는 경찰 유착 의혹을 규명하는 데 달려있다. 경찰과 유흥업소의 유착이 입증된다면 경찰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다. 또 밝혀내지 못하면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쏟아질 것이다. 이래저래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은 큰 악재를 만났다.

Ⓒ픽사베이

 

그러면 권익위가 검찰을 선택한 건 잘한 일일까. 그런 것도 아니다.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사건에 비추어 볼 때는 전혀 그렇지 않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국회에서 2013년 당시 불거진 성접대 의혹 영상에 대해 “육안으로도 (김 전 차관으로) 식별이 가능했기 때문에 국과수에 감정을 보낼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은 김 전 차관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인지 특정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 수사는 1차, 2차로 진행됐는데 서울중앙지검 지휘라인을 보면 하나같이 ‘정치검사’들이라고 할 만 했다. 제대로 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말이다.

의혹의 무대가 된 강원도 별장은 건설업자 윤모씨 소유였다. 윤씨는 주말 골프를 친 뒤 고위층 인사들을 별장에 초대해 술자리를 갖고 성접대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건설 사업을 따내기 위한 로비성 접대를 일삼았다. 주말이면 벤츠 등 고급차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병원 원장, 건설회사 사장, 그룹 회장, 정치인 등 유력인사들이 별장을 이용했다. 드라마 같은 현실이었다.

이에 비하면 경찰이 유흥업소로부터 상납 받는 것은 애교 수준인지도 모른다. 경찰과 검찰 중 누가 더 부패했을까. 하기는 그런 걸 비교하는 건 쓸데없는 짓이다. 부모님이 가끔 하던 일본말 쓰는 걸 허용하기 바란다. “민나 도로보데쓰(모두 도둑놈이야)!”

베를린에 본부가 있는 국제투명성기구는 매년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한다. 일종의 국가청렴도 지표다. 1월 발표한 2018년 지수에서 한국은 180개국 중 45위를 차지했다. 덴마크와 노르웨이가 1, 2위로 가장 투명한 나라 꼽혔다. 한국은 10여년 간 40위~50위선에서 오르락내리락이다. 그 정도면 괜찮은 걸까. 세계 경제규모 12위인 나라의 투명도가 40위권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에서는 30위로 최하위권이다.

 

이런 ‘불투명’을 벗어나기 위해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 닭과 달걀 중 뭐가 먼저냐는 문제라고 할지 모르나, 고위 공직자들부터 깨끗해지는 것이 순서다. 그러면 시민들은 따라오게 돼있다.

물론 법과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 우리에겐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도 있고,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는 등 목적의 공직자윤리법도 시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부패 체감도는 여전하다. 뭐 다른 처방은 없을까.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어려운 처방이 있다. 그것은 마음가짐, 즉 정신이다.

공직을 천금 같이 무겁게 여겨야 한다. 그 정신이 절대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공직은 ‘참을 수 없이 가벼운 것’이 되고 만다.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혐의도 공직을 하찮게 여기는 인식의 귀결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럴 땐 공직자들이 공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나라별로 비교할 수 있는 자료라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울산 법조타운 진입로가 ‘법대로(法大路)’인데, 이 명칭을 제안한 사람이 2009년 당시 울산지방검찰청장으로 있던 김학의 검사장이었다고 한다. 다시 부각된 ‘김학의 성접대 의혹사건’이 과연 법대로 처리될 것인지 예의 주시해야 한다.  2019.03.18 10:23

Posted by 김철웅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