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얼마 전 자신의 책 ‘강자와 전능한 신(the Mighty and the Almighty)’을 내면서 가진 인터뷰에서 음미할 만한 얘기를 했다. ˝“링컨은 ‘우리는 신의 편이 돼야 한다(We have to be on God’s side)’고 했지만 부시는 ‘신은 우리 편이다(God is on our side)’라고 말한다”는 것이었다.
둘은 비슷한 표현 같지만 들여다 보면 신에 대한 화자의 시선에 큰 차이가 있다. 올브라이트는 이렇게 링컨의 겸허한 신앙과 대조되는 부시의 신앙을 ‘종교적 절대주의’라고 비판했다. 올브라이트가 말한 기독교 절대주의, 기독교 근본주의에는 미국이 적으로 규정한 이슬람 근본주의에 못지 않게 독선적·광신적 성격이 내포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올브라이트의 평가대로 부시 대통령이 겸허한 신앙인은 못될지언정 독실한 기독교도란 사실만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젊은 시절 방황했던 그는 40대에 들어 빌리 그레이엄 목사와의 만남을 계기로 회심(回心)했다고 한다. 부시가 2000년 공화당 예비선거 기간 중 가장 영향을 받은 철학자를 묻는 질문에 ‘예수’라고 대답했다는 얘기는 깊은 그의 신심을 반영한다.
-부시 ‘기독교 절대주의’의 독선-
이 신심이 종교적·이분법적 세계관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9·11 테러였다. 테러가 발생하자 부시 대통령은 즉각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세계를 선과 악으로 분류했다. 이 분류법에 따라 북한, 이란, 이라크는 ‘불량국가’ 중에서도 특히 국제사회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악의 축’으로 지목되는 불운을 맞았다.
미국이 급속히 ‘신정(神政)정치’로 접근하고 있다는 시각이 제시돼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최근 출간된 사회비평서 ‘미국의 신정정치(American Theocracy)’가 있다.
과거 공화당 정치전략가로 활약했던 케빈 필립스가 쓴 이 책은 ‘21세기의 미국’과 ‘신정정치’라는 상극적 요소를 결합해 미국 정치를 분석했다. 부시 대통령을 탄생시킨 기독교 우파가 공화당과 워싱턴 정가를 장악함으로써 미국이 신정정치로 접어들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일견 황당하게 들리지만 5월 뉴욕타임스 논픽션 베스트셀러에까지 오른 것을 보면 그런 것만도 아니다.
미국이 신정정치로 향하는 조짐은 1980년대 후반과 90년대에 걸쳐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2000년 들어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뚜렷한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필립스에 따르면 지금의 공화당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종교 정당’이며 부시는 그 창설자다. 9·11은 이라크의 석유에 오랫동안 눈독을 들이던 미국 석유기업들과 부시에게 절호의 기회였다. 그것은 부시가 ‘근본주의자’의 길로 들어서는 결정적 기회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우파 기독교인들은 종말론과 임박한 예수 재림에 대한 믿음, 중동에서 시작될 아마겟돈 전쟁에 한껏 고무된다. 2004년 대선에서 부시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절반은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다’고 답했다는 조사가 나와 있다. 또 최근 급성장한 보수적 침례교 종파는 정교분리를 부인하고 기독교 강령에 의거한 신정 정부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을 정도다.
-종교적 확신과 현실 혼동 폐해-
물론 필립스의 논리는 반론을 불렀다. 워싱턴 포스트는 필립스의 분석이 공화당에 대한 환멸에서 나온, 빈약한 근거에 바탕한 억측이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미국이 점점 더 종교적이 되어가고 있다는 관측만은 사실에 부합하는 것 같다.
지난 대선 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2%는 ‘대통령은 강한 종교적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1960년 조사에서 75%가 ‘종교가 정치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응답한 것과 정반대였다. 유럽에서 종교가 쇠퇴하는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근본주의적 교회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가장 큰 폐해는 종교적 확신과 현실정치를 혼동하는 것이라고 본다. 앞서 올브라이트는 부시 대통령의 절대주의적 신앙을 비판하면서 ‘종교적 견해의 정책화’를 경계했다.
일상생활에서도 기독교 우파·근본주의자들은 진화론을 거부하고 지구온난화를 부정한다. 좌파적 환경운동은 자연을 신으로 치환하는 우상숭배라고 비난한다. 기후 변화도 신의 뜻에 의한 것이지 이산화탄소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신은 우리 편”이란 오도된 믿음은 파국적 결과를 낳지만 사람들은 애써 이를 외면한다.
둘은 비슷한 표현 같지만 들여다 보면 신에 대한 화자의 시선에 큰 차이가 있다. 올브라이트는 이렇게 링컨의 겸허한 신앙과 대조되는 부시의 신앙을 ‘종교적 절대주의’라고 비판했다. 올브라이트가 말한 기독교 절대주의, 기독교 근본주의에는 미국이 적으로 규정한 이슬람 근본주의에 못지 않게 독선적·광신적 성격이 내포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올브라이트의 평가대로 부시 대통령이 겸허한 신앙인은 못될지언정 독실한 기독교도란 사실만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젊은 시절 방황했던 그는 40대에 들어 빌리 그레이엄 목사와의 만남을 계기로 회심(回心)했다고 한다. 부시가 2000년 공화당 예비선거 기간 중 가장 영향을 받은 철학자를 묻는 질문에 ‘예수’라고 대답했다는 얘기는 깊은 그의 신심을 반영한다.
-부시 ‘기독교 절대주의’의 독선-
이 신심이 종교적·이분법적 세계관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9·11 테러였다. 테러가 발생하자 부시 대통령은 즉각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세계를 선과 악으로 분류했다. 이 분류법에 따라 북한, 이란, 이라크는 ‘불량국가’ 중에서도 특히 국제사회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악의 축’으로 지목되는 불운을 맞았다.
미국이 급속히 ‘신정(神政)정치’로 접근하고 있다는 시각이 제시돼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최근 출간된 사회비평서 ‘미국의 신정정치(American Theocracy)’가 있다.
과거 공화당 정치전략가로 활약했던 케빈 필립스가 쓴 이 책은 ‘21세기의 미국’과 ‘신정정치’라는 상극적 요소를 결합해 미국 정치를 분석했다. 부시 대통령을 탄생시킨 기독교 우파가 공화당과 워싱턴 정가를 장악함으로써 미국이 신정정치로 접어들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일견 황당하게 들리지만 5월 뉴욕타임스 논픽션 베스트셀러에까지 오른 것을 보면 그런 것만도 아니다.
미국이 신정정치로 향하는 조짐은 1980년대 후반과 90년대에 걸쳐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2000년 들어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뚜렷한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필립스에 따르면 지금의 공화당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종교 정당’이며 부시는 그 창설자다. 9·11은 이라크의 석유에 오랫동안 눈독을 들이던 미국 석유기업들과 부시에게 절호의 기회였다. 그것은 부시가 ‘근본주의자’의 길로 들어서는 결정적 기회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우파 기독교인들은 종말론과 임박한 예수 재림에 대한 믿음, 중동에서 시작될 아마겟돈 전쟁에 한껏 고무된다. 2004년 대선에서 부시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절반은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다’고 답했다는 조사가 나와 있다. 또 최근 급성장한 보수적 침례교 종파는 정교분리를 부인하고 기독교 강령에 의거한 신정 정부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을 정도다.
-종교적 확신과 현실 혼동 폐해-
물론 필립스의 논리는 반론을 불렀다. 워싱턴 포스트는 필립스의 분석이 공화당에 대한 환멸에서 나온, 빈약한 근거에 바탕한 억측이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미국이 점점 더 종교적이 되어가고 있다는 관측만은 사실에 부합하는 것 같다.
지난 대선 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2%는 ‘대통령은 강한 종교적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1960년 조사에서 75%가 ‘종교가 정치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응답한 것과 정반대였다. 유럽에서 종교가 쇠퇴하는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근본주의적 교회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가장 큰 폐해는 종교적 확신과 현실정치를 혼동하는 것이라고 본다. 앞서 올브라이트는 부시 대통령의 절대주의적 신앙을 비판하면서 ‘종교적 견해의 정책화’를 경계했다.
일상생활에서도 기독교 우파·근본주의자들은 진화론을 거부하고 지구온난화를 부정한다. 좌파적 환경운동은 자연을 신으로 치환하는 우상숭배라고 비난한다. 기후 변화도 신의 뜻에 의한 것이지 이산화탄소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신은 우리 편”이란 오도된 믿음은 파국적 결과를 낳지만 사람들은 애써 이를 외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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