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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뷰

[월드 리뷰] 누구를 위한 FTA인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이 문제에는 2개의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는 한·미 FTA가 국민소득 2만달러로 가는 문이며 따라서 그 체결은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것이 ‘제2의 IMF’로 불릴 만큼 국가 경제·사회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FTA 체결이 한국을 미국의 51번째 주나 경제식민지로 만드는 것이란 극언까지 나온다.
-멕시코의 부정효과 참고할만-
이 주장들의 당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1994년 미국, 캐나다와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은 멕시코를 참고할 만하다. 멕시코의 2005년 국내총생산(GDP)은 7천5백81억달러(세계 13위), 한국은 7천9백97억달러(세계 11위)로 두 나라의 경제규모는 비슷하다.
멕시코 정부는 NAFTA를 통해 광대한 북미시장을 개척하고 고용 기회도 늘 것이라고 선전했다. 또 미국의 관세가 거의 철폐되는 2009년에는 고용이 6%, 실질소득이 12% 이상 늘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한·미 FTA가 체결되면 GDP가 1.99% 성장하고 일자리도 10만개 이상 창출될 것이라고 선전하는 것과 흡사하다.
이 전망들은 외견상 크게 틀리지 않았다. 2003년 멕시코 수출의 90%, 수입의 85%가 미국을 상대로 이뤄졌다. 멕시코와 미국 양방향의 해외투자도 급증했다. 그러나 그 부(負)의 효과도 만만치 않았다. 미국 경제에 대한 구조적 의존이 깊어지면서 멕시코 경제는 ‘동조화’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미국에서 가벼운 경기후퇴가 일어나도 엄청난 침체를 겪게 됐다.

사회의 양극화도 심해졌다. 1980년 초반 GDP 대비 노동수입은 40%를 상회했지만 1994년에는 30.9%로, 2000년에는 18.7%로 떨어졌다. 반면 자본가가 가져간 이윤은 1982년 48%에서 1994년 57.1%, 2000년 68.1%로 급증했다. 연구·개발, 교육, 보건, 환경 등 사회적 여건은 NAFTA 체결 후 악화일로다. 성장률 3%(2005년), 불안정 취업률 25%, 빈곤층 인구비율 40%가 협정 12년째인 멕시코의 초라한 성적표다.

멕시코의 사례는 미국과 체결하는 FTA에 대한 어설픈 낙관론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일깨워준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협상 자세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협상의 총책임자인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협상을 성공하면 수출확대, 소득증가, 고용창출은 물론 경제제도의 투명성 강화, 국가신용등급 상향 등 효과가 이어질 것이다. GDP는 1백35억달러 늘어난다….”
-근거없는 낙관론은 경계대상-
노무현 대통령도 다분히 낙관적 모습이다. “미국과 ‘맞짱’을 뜨겠다”고도 했고 “손해 볼 것 같으면 합의 안 한다”고도 했다. 과연 그럴까. 한국 협상팀은 2월 초 협상개시 선언도 하기 전에 쇠고기 수입과 스크린 쿼터 같은 중대 사안을 미국에 양보했다. 정부가 협상을 서두르는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미국 의회가 통상협정 권한을 행정부에 위임한 ‘무역촉진권한(TPA)’이 내년 6월말로 소멸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TPA가 얼마 안 남았다는 사실로 불리한 것은 미국이지 우리가 아니다. 협상 전략상 상대가 시간에 쫓기도록 하는 것은 고전에 속한다.
협상은 일당백 정신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그랬다간 치밀한 협상가들의 노련함에 놀아나기 십상이다. 15년 이상 수많은 FTA 협상을 벌여오며 협상 노하우를 축적한 미국이다. 미국과 맞짱 떴다가 깨지면 피해를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러나 대통령은 “저항이나 반대 때문에 협정이 좌절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단호하다. 언론인 홍세화씨가 궁금해 하듯 이 협정을 체결하면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경제관료의 주술에라도 걸린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협상 전문가들을 보강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그것만이 지난 10년 동안 외환위기, 카드대란을 겪으면서 키워낸 경제를 미국에 송두리째 갖다 바치지 않는 길이다. 세계화의 시대에 ‘누구를 위한 세계화인가’란 물음은 항상 유효하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누구를 위한 FTA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신문모니터 위원회는 최근 ‘2006년 올해의 좋은 사설·칼럼’에 지난 4월12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김철웅 논설위원의 ‘월드리뷰’ 칼럼 ‘누구를 위한 FTA인가’를 선정했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협상 개시 이전부터 졸속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문제점을 합리적으로 지적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