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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위로다

인생은 미완성, 나그네길

 1985년 이진관은 <인생은 미완성>(김지평 작사, 이진관 작곡)을 불렀다. 인생의 의미를 성찰하는 마음씨가 굉장히 공감을 일으키는 노래다. 가사 첫 소절을 듣는 순간부터 겸허한 삶의 태도가 느껴진다. 인생이 미완성이라고 한 것은 “뭔지 아직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생이란 편지와 사랑의 노래를 곱게 쓰고 아름답게 불러야 한다. 인생이란 그림과 조각을 아름답게 그리고 곱게 새겨야 한다. 카뮈는 이런 말을 했다. “행복의 조건을 따지면 행복할 수 없고, 인생의 의미를 찾으면 더는 살지를 못한다.” 자신의 대표작 ‘이방인’에서 말한 것인데, 실존주의 작가다운 통찰력이 엿보인다. 이 말도 인생이 미완성인대로 그냥 가자는 뜻 아닐까.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가야 해
 사랑은 미완성 부르다 멎는 노래/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불러야 해
 사람아 사람아 우린 모두 타향인 걸/ 외로운 가슴끼리 사슴처럼 기대고 살자
 인생은 미완성 그리다 마는 그림/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그려야 해
 인생은 미완성 새기다 마는 조각/ 그래도 우리는 곱게 새겨야 해
                                     <인생은 미완성> 가사

 인생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 인간은 이 문제에 대해 끝없이 묻고 대답해왔다. 철학도 종교도 문학도 이 문제에 매달려왔다. 답은 나왔을까. 어떤 이는 이렇게, 어떤 이는 저렇게 말한다. 중구난방이다. 도대체 해답을 얻을 수 있기나 한 걸까. 그렇게 회의하면서도 오늘도 인생을 묻는 게 인생이다.

                                                이진관 앨범 재킷

 인생에 대한 그럴듯한 명언도 많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가는 것이다(존 러스킨). 자신이 생각하기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인간을 현재의 모습으로 판단한다면 그는 더 나빠질 것이다. 하지만 그를 미래의 가능한 모습으로 바라보라. 그러면 그는 정말로 그런 사람이 될 것이다(괴테).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노력한 만큼 가치가 있다(프랑수아 모리아크)….

 인생에 대한 고민이 꼭 철학자·사상가급 인사들의 몫일 수 없다. 우연히 마주친 야구매니아 커뮤니티사이트에서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모르겠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눈에 띈다. 요지는 이렇다. 대학 2년생이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교 가면 행복하겠지 하고 살았는데 대학교에 오고 나니 목표가 사라진 느낌이다. 스포츠, 연애, 공부 다 열심히 하지만 공허한 느낌만 계속 남아 방황하게 된다. 그는 이렇게 묻는다. “목표를 언제나 필요로 하는 제 삶의 방식이 잘못 된 걸까요? 즉, 지금 제 질문 자체, 고민 자체가 잘못된 걸까요?” 이 글에는 이런저런, 진지한 답변 20여개가 달려 있다.

 노래는 어떤가. 물론 노래도 인생에 관심이 많다. 노래 자체가 삶의 애별리고(愛別離苦)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당연한 것이며 ‘인생을 안 다루는 노래는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서 우리가 관심을 갖는 건 인생 자체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노래들이다. “인생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지거나, “인생은 이런 것”이라고 규정하는 노래다. 그럼으로써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삶에 힘이 돼주는 노래 말이다. <인생은 미완성> 노랫말에는 인생에 대한 달관 같은 것이 느껴진다. 인생이 미완성임을 인정함으로써 아집과 욕심을 멀리하고 겸허할 수 있다.

 이 노래는 발표된 해 KBS 가사대상을 차지했으며 이듬해 제5회 가요대상까지 수상했다. 이 노래를 들으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이형균 선배다. 이 국장은 젊은 후배들과 어울려 여러 차에 걸쳐 카페를 전전하며 술과 ‘풍류’를 즐기곤 했는데, 이 노래가 나왔을 때 좋은 가사라고 극찬하며 함께 부르곤 했던 것이 내게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렇게 가사에 공감하게 만드는 건 진정성의 힘이다. 그 진정성은 작사가 김지평의 인생경험과도 관련 있어 보인다. 그는 데뷔하기 전 사형수들의 상담을 담당했던 서울 구치소 교도관이었다고 한다. 이 노래 가사에 “외로운 가슴끼리 사슴처럼 기대고 살자”라는 구절이 있는데, 그를 아는 사람들은 큰 키에 사슴을 닮은 눈빛을 가진 작사가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말한다.

                                     미완성 교향곡 초고 1악장

 미완성 하니까 <미완성 교향곡>이 생각난다. 이 곡은 슈베르트가 1·2악장만 쓴 채 세상을 떠나 미완성으로 남았지만 선율이 정말 아름답다. 그 미완성성 때문에 더 아름다운 건지도 모른다. 이 작품에 대해 브람스는 이런 평가를 했다. “양식적으로는 분명히 미완성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결코 미완성이 아니다. …이처럼 온화하고 친근한 사랑의 말로 다정하게 속삭이는 매력을 지닌 교향곡을 일찍이 들은 적이 없다.” 미완성인 우리의 인생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면 좋으련만.

 최희준의 <하숙생>(1965·김석야 작사, 김호길 작곡)에서 인생은 나그네길로 규정된다. 나그네는 쓸쓸한 방랑자란 우리말이다. 어렸을 때 읽은 어떤 잡지에서 한 외국인이 한국어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말로 ‘나그네’를 꼽았던 것을 기억한다.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노래 제목은 하숙생인데, 정작 가사엔 하숙생이란 말이 안 나온다. 까닭은 <하숙생>이 1965년부터 이듬해까지 방송돼 큰 인기를 모았던 KBS 라디오 일일드라마 ‘하숙생’의 주제가였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작사자도 방송작가인 김석야였다. 드라마가 전파를 탄 지 채 열흘도 되지 않아 방송사에 주제가를 틀어달라는 청취자들의 요청이 쇄도하는 등 반응이 어마어마했다고 한다. 몇 해 전 최희준은 <하숙생>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짧지만 함축적으로 인생을 표현한 참 좋은 노래입니다. 산다는 게 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나이 들수록 그 의미를 새롭게 느낄 수 있지요. 그래서 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주1】

 당시는 라디오 드라마가 뜨면 거리가 한산해지던 시절이었다. 드라마가 뜨자 소속사 신세기레코드가 부랴부랴 음반을 냈고 최희준은 대스타의 자리에 앉게 됐다. 이듬해엔 영화 ‘하숙생’까지 만들어졌는데 10만명이 넘는 관객 동원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그의 자평대로 <하숙생>은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한 철학적인 노래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강물이 흘러가듯 여울져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벌거숭이 강물이 흘러가듯 소리 없이 흘러서 간다
                                                                                               <하숙생> 가사

 이 노래에서 인생과 나그네, 구름의 이미지가 겹쳐지는 대목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를 두 차례나 반복하며 나그네의 쓸쓸한 서정을 그려낸 박목월의 시 ‘나그네’(1946)를 생각나게 한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읽는 마을 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시 ‘나그네’

                                      나그네

 최혜영의 <그것은 인생>(1983·박건호 작사, 김재일 작곡)도 인생이 무엇인지 묻고 대답한다. 그리고 그 대답은 더없이 우울하다. 노래도 단조다. 하지만 리듬과 템포는 경쾌하고 가수의 음색도 매우 맑고 발랄하다. 그것이 효과적 대비를 이룬다. 때로는 슬픈 노래를 밝게 부르는 게 더 슬플 수 있다. 이 점에선 요절한 가수 김정호가 자작곡 <인생>(1980)이라는 슬픈 노래를 한 맺힌 듯 부른 것과 대조된다.

 진미령의 <하얀 민들레>(1979·신봉승 작사, 유승엽 작곡)도 슬픈 노래를 경쾌한 리듬에 맞춰 부른 경우다. 왜 슬프냐 하면 이런 가사 때문이다. “나 어릴 땐 철부지로 자랐지만/ 지금은 알아요 떠나는 것을/ 엄마 품이 아무리 따뜻하지만/ 때가 되면 떠나요 할 수 없어요/ 안녕 안녕 안녕 손을 흔들며/ 두둥실 두둥실 떠나요/ 민들레 민들레처럼/ 돌아오지 않아요 민들레처럼.” 슬픈 노래를 웃으며 부르는 것은 일종의 테크닉이다. 민들레 홀씨처럼 ‘때가 되면 떠나고, 돌아오지 않는’ 운명을 웃으며 노래함으로써 우는 것보다 더 절묘한 콘트라스트가 이뤄진다.

 나 나 나 나 나 나 나 나 나 나/ 나 나 나 나 나 나 나 나 나 나
 아기 때는 젖 주면 좋아하고 아하/ 아이 때는 노는 걸 좋아하고
 저 가는 세월 속에 모두 변해가는 것 그것은 인생
 철이 들어 친구도 알게 되고 아하/ 사랑하며 때로는 방황하며
 저 가는 세월 속에 모두 변해가는 것 그것은 인생
 시작도 알 수 없고 끝도 알 수 없네/ 영원한 시간 속에 잠시 서 있을 뿐
 우리가 얻은 것은 진정 무엇이고/ 우리가 잃은 것은 과연 무엇인가
 저 가는 세월 속에 빈손으로 가는 것 그것은 인생/ 나 나 나 나 나 나…
 어릴 때는 엄마가 필요하고 아하/ 커가면서 애인도 필요하고
 저 가는 세월 속에 모두 변해가는 것 그것은 인생
 부딪히는 갈등과 갈등 속에 아하/ 숨겨있던 자신을 발견하며
 저 가는 세월 속에 모두 변해가는 것 그것은 인생…
                               <그것은 인생> 가사

 내 인생은 누구 것?

   민해경은 1982년 <내 인생은 나의 것>(박건호 작사, 방기남 작곡)을 불렀다. 김현준과 혼성 듀엣으로 부른 이 곡으로 민해경은 KBS 가요톱10 프로에서 4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아직 청소년으로 보이는 화자가 당돌하게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며 ‘나는 모든 것 책임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가사가 신선했던 것이다. 데뷔 2년차인 민해경의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중저음 허스키 보이스도 시선을 끌었다. 기타 독주 반주에 맞춰 남녀가 번갈아 솔로로 부르다 혼성 화음으로 합쳐지는 노래가 호소력 있었다.

 내 인생은 나의 것 내 인생은 나의 것 그냥 나에게 맡겨주세요
 내 인생은 나의 것 내 인생은 나의 것 나는 모든 것 책임질 수 있어요
 사랑하는 부모님 부모님은 나에게 너무도 많은 것을 원하셨어요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따라야 했었지요
 가지 말라는 곳에는 가지 않았고 하지 말라는 일은 삼가 했기에
 언제나 나는 얌전하다고 칭찬받는 아이였지요
 그것이 기쁘셨나요 화초처럼 기르시면서 부모님의 뜻대로 된다고 생각 하셨나요
 그러나 이젠 말하겠어요 부모님은 사랑을 다 주셨지만 나는 아직도 아쉬워 하는데
 이렇게 그늘진 나의 마음을 그냥 버려두지 마세요 (중략)
 부모님이 부모님이 살아오신 그 길이 나의 인생은 될 수 없어요
 시대는 언제나 가고 가는 것 모든 것은 달라졌어요
 부모님의 어린 시절을 다시 한 번 돌아보세요 그때는 아쉬운 마음이 없으셨나요
 나는 이미 알고 있어요 부모님이 말하는 그 모든 것이 사랑인 줄을 나는 알아요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도 부모님은 알아 주세요 내 인생은 나의 것… (하략)
                                         <내 인생은 나의 것> 가사
  
 노래는 ‘내 인생은 나의 것’을 반복하는 후렴구 뒤에 ‘사랑하는 부모님’이란 멜로디로 ‘부모님 전 상서’ 같은 사연이 펼쳐진다. 그 사연이 심상치 않다. 부모에게 “나는 얌전하다고 칭찬받는 아이였지요/ 그것이 기쁘셨나요”라고 묻고는, “모든 것은 달라졌어요/ 부모님의 어린 시절을 다시 한 번 돌아보세요”라고 충고까지 한다. 아주 파격적이고 당돌한 태도다.

 이 곡은 곧 방송금지곡으로 한동안 묶이고 마는데 이유가 황당했다. “청소년들에게 반항심을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학부모들이 반발했다고도 한다. 부모의 꾸중이나 잔소리를 듣던 학생들이 <내 인생은 나의 것>을 틀어놓고 가출을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반항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 바람에 민해경은 한동안 방송활동에 차질이 빚어졌다. 하지만 지금 들어도 ‘내 삶을 내가 산다’는 주체적 태도가 썩 와 닿는 노래다. 이렇게 독립심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자식에겐 도리어 손뼉 쳐줘야 하는 게 아닌가. 세월은 흘렀지만 지금도 이 땅의 아이들은 독립심과 거리가 멀다. 그때와 비교할 때 도리어 더 나빠졌는지도 모른다. 그건 아이들 탓이 아니다. 세상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 10대의 자유정신을 노래했다면 이문세의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1989·이영훈 작사 작곡)는 그것과 상통하는 20대 이상의 노래라 할 수 있다. 자기가 책임지고 자기 인생을 살겠다는 정신이 통한다. 이문세는 이걸 시종 신나고 경쾌하게 불렀다. 마지막에 “새로웁게”라고 외치며 끝나는 게 인상적이다. 그래, 새로운 게 없더라도 새롭게 살아야 한다. 인생은.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우후
 돈보다 더 귀한 게 있는 걸 알게 될 꺼야 사랑 놀인 그다지 중요하진 않은 거야
 그대가 마음먹은 대로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우후
 슬픔보단 기쁨이 많은 걸 알게 될 꺼야 인생이란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 중요해
 나나나난 나 나나나난 나 나나나난 나 우
 얄미웁게 자기가 맡은 일들을 우리가 맡은 책임을 그대가 해야 할 일을
 사랑해요 어둔 밤하늘 날으는 밤구름 아침이 되면 다시 하얗게 빛나지 새로웁게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가사

  이 노래는 “카르페 디엠”이란 말을 생각나게 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89)에서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역설하는 이 말은 ‘현재를 잡아라’란 뜻의 라틴어다.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했다는 말, “음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현자(賢子)는 단순히 긴 삶이 아니라, 가장 즐거운 삶을 원한다”도 떠오른다.【주2】

 민해경의 노래 가운데는 <내 인생은 나의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인생을 노래하는 것도 있다.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1981·박건호 작사 이범희 작곡)가 그것이다. 여기선 “내 인생의 반은 그대에게 있어요/ 그 나머지도 나의 것은 아니죠/ 그대를 그대를 그리워하며 살아야 하니까”라고 노래한다. 나의 전존재를 그에게 의탁한 인생이랄까.
 
 탤런트 김성환은 <인생>(1998·조운파 작사, 손정우 작곡)이란 트로트곡을 구수하고 흥겹게 불렀다. 쏙쏙 들어오는 가사, 친숙한 멜로디 덕에 이 노래의 반응이 뜨거웠고, 먼저 ‘안국동’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우리 회장님이 이 노래를 아주 좋아하십니다. 점심시간에 방송하여 직원 사기를 진작시키고 싶어합니다.” 그로부터 현대사옥에서는 점심시간마다 <인생>을 방송했다.【주3】이 노래는 응원가로도 많이 불렸는데, 특히 농구 등 경기 막판에 “나머지 인생 잘 해 봐야지”를 “나머지 시간 잘 해 봐야지”로 바꿔 불렀다고 한다.

 세상에 올 때 내 맘대로 온 건 아니겠지만 이 가슴엔 꿈도 많았지
 내 손에 없는 내 것을 찾아 낮이나 밤이나 뒤볼새 없이 나는 뛰었지
 이제 와서 생각하니 꿈만 같은데 두 번 살 수 없는 인생 후회도 많아
 스쳐간 세월 아쉬워한들 돌릴 수 없으니 남은 세월이나 잘 해 봐야지
 돌아본 인생 부끄러워도 지울 수 없으니 나머지 인생 잘 해 봐야지
                                         <인생> 가사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왼쪽)과 전태관

 김종진·전태관 2인조 밴드인 봄여름가을겨울이 2002년 발표한 <브라보 마이라이프>(김종진 작사 작곡)도 자기 인생을 자축하며 격려하는 노래다. 퓨전 재즈를 국산화했다는 평을 듣는 이들의 사운드가 따뜻하게 다가온다.

 해 저문 어느 오후 집으로 향한 걸음 뒤엔/ 서툴게 살아왔던 후회로 가득한 지난 날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었어/ 석양도 없는 저녁 내일 하루도 흐리겠지
 힘든 일도 있지 드넓은 세상 살다보면/ 하지만 앞으로 나가 내가 가는 곳이 길이다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내일은 더 낫겠지 그런 작은 희망 하나로/ 사랑할 수 있다면 힘든 1년도 버틸 거야
 일어나 앞으로 나가 네가 가는 곳이 길이다 …(하략)

                                                      <브라보 마이라이프> 가사                         

 

                  타타타를 부르는 김국환, 2013 KBS 트로트 대축제

 인생을 달관한 듯한 노래로는 역시 김국환의 <타타타>(1991·양인자 작사, 김희갑 작곡)를 빼놓을 수 없다. 제목부터 독특하다. 타타타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로 ‘그래, 그거야’라는 뜻이다. 작사자 양인자가 인도 여행 중 이 의미를 알게 돼 가사를 쓰게 되었고 그의 남편 김희갑이 곡을 붙였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 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바람이 부는 날엔 바람으로/ 비 오면 비에 젖어 사는 거지
 그런 거지 음음음 어 허허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 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우리네 헛짚는 인생살이 한 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 재미 그런 게 덤이잖소…
 아 하 하 하 하/ 아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타타타> 가사

 1992년 말 이 곡이 한국노랫말대상을 차지했다는 건 그만큼 공감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뜻이다. 한데 이 노래가 유명해진 사연도 ‘한 치 앞도 모두 몰라’란 노랫말을 닮았다. 노래는 1991년 세상에 나왔지만 간간히 라디오를 타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1992년 초 당시 최고의 시청률을 누린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자녀를 결혼시킨 두 중년 여성(김혜자, 윤여정)이 허탈감과 외로움을 달래는 음악으로 이 노래가 쓰이면서 갑자기 인기가 폭발했다.

 그러고 보면 가수도, 노래의 운명도, 그리고 인생도 때론 김용임이 부른 <부초 같은 인생>(2008·상준 소산 작사, 공정식 작곡)의 노랫말 같은 것 아니냔 생각도 든다. “내 인생 고달프다 울어본다고 누가 내 맘 알리요/ 어차피 내가 택한 길이 아니냐 웃으면서 살아가보자/ 천년을 살리요 몇 백 년을 살다 가리요/ 우리만 변하는구려/ 아 아 부초 같은 우리네 인생/ 아 우리네 인생”

【주1】문화일보 2101년 3월 5일자 최희준 인터뷰 “가수인생 50년째… 난 아직도 무대가 그리운 하숙생”, 오애리 기자

【주2】강신주, 철학이 필요한 시간(사계절출판사, 2011) 115쪽 에피쿠로스,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내는 편지

【주3】정두수, 노래따라 삼천리(미래를소유한사람들, 2013) 467쪽, 이 글에서 ‘우리 회장님’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말하며, ‘안국동’ 현대사옥은 계동의 착오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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