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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어려운 ‘창조경제론’

“영어가 객지에 와서 고생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요즘 ‘창조경제’란 것의 처지가 꼭 그 짝이다. 박근혜 정부 5대 국정목표의 첫번째가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다. 140개 국정과제의 첫번째도 과학기술을 통한 창조산업 육성이다. 그렇다면 굉장히 중요한 것 같기는 한데 문제는 그 실체가 뭔지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국민들이나 시비를 일삼는 야당에만 그런 게 아니다.

지난 주말 새 정부 첫 고위 당·정·청 워크숍에서도 창조경제가 도마에 올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창조경제가 뭔지를 다시 캐물었으나 청와대 수석들의 답변은 요령부득이었다.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은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으로…”라고 추상적 설명을 하려다 제지당했다. 신설된 미래전략수석실의 최순홍 수석이 추가 브리핑을 했지만 역시 명쾌한 답변이 못됐다. 유 수석이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해 에피소드를 여러 개 얘기하자 유승민 의원은 “그런 에피소드가 어떻게 국정철학인가. 빨리 끝내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출처 4월 1일 한겨레신문

 

 

이날 워크숍에서 나왔듯 국정철학은 이 정부 들어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고위급 인사를 하면서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고…”식이다. 일찍이 ‘딴지일보’의 김어준은 <닥치고 정치>에서 박근혜의 철학을 화제로 이런 진단을 한 적이 있다. “그 사람들(친박 세력) 모아놓고 박근혜의 철학이 뭔지 구체적으로 쓰라고 시험 쳐봐. 전원이 한 페이지 못 넘긴다. 쓸 게 없어.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하며, 국가는 번영해야 하고, 외세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야 한다. 딱 세 줄 쓰면 끝이야….”

친박 등 측근들이 창조경제를 잘 이해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는 것을 보면 김어준이 꽤나 촌철살인급의 예언을 한 듯싶다. 워크숍의 진통은 무엇을 하자는 건지 자신들도 모르겠다는 자기고백이었으니까. 이 자리에선 “누가 제일 처음 공약으로 내세웠는지 밝혀내야 한다”는 분통도 터졌다고 한다. 창조경제는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지난해 10월 처음 언급한 것이다.

새마을운동이나 4대강 사업은 딱 와닿는 게 있는 반면 창조경제는 그 개념 자체에 추상성이란 내적 한계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창조경제가 추진력을 얻으려면 개념, 목표, 방법론이 구체화돼야 한다. 그게 아니면 우리는 이 뜬구름 잡는 주문을 5년 내내 듣고 살아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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