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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돌아오지 않는 철새들

좋지 않은 소식이야 흔하디 흔한 게 인간 세상이지만 이번엔 새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가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고 한다. 환경부가 전국 192개 철새 도래지에서 겨울철새를 조사한 결과 2009년 194만마리였던 것이 지난 1월 200종 108만마리로 44%나 급감했다. 작년과 견주어도 17만마리(13.7%)가량 줄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겨울철새 7마리 중 1마리는 안 돌아온 셈이다.

이것도 아주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4대강 사업 후 낙동강 하구의 철새가 절반으로 급감했다. 서식지가 바뀐 금강 하구의 명물 가창오리가 지난해의 30% 수준이다. 갑천, 대전천, 유등천 등 대전지역 3대 하천의 철새가 39%나 줄었다…. 그동안 이런 보도들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다시 마음 한 구석이 싸해진다. 철새들이 줄었다는 건 무슨 신호인가. 대체 새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금강 하구에서 장려한 군무를 펼치는 가창오리 떼. 하지만 지난 몇년 사이 개체수가 급감한 대표적 겨울철새다. 돌아오지 않는 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환경부는 “철새 서식지 주변의 잇따른 개발 때문에 동아시아 전역에서 오리류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우리만 유독 그런 게 아니라며 남 탓으로 돌리는 것 같기도 하다. 반면 생태론자들은 새만금 방조제와 4대강 사업이 주된 원인이란 혐의를 거두지 않고 있다. 어느 편이 옳은지를 가리려면 또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하며, 그런다고 결론이 날까. 새들은 절박한 신호를 보내고 있고, 인간은 새로이 갑론을박의 태세를 준비하고 있다.

이럴 땐 분명한 것부터 가리는 게 좋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등은 이달 초 낸 보고서에서 “황해 연안에서 진행되는 연안 매립이 가장 위급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철새들이 비행하다가 지친 날개를 쉬고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중간 기착지인 개펄이 매립으로 사라지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새만금도 여기에 속한다. “이는 쫓겨난 새들의 대다수가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도 했다.

다시 황지우의 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의 한 대목을 생각한다. “갈대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새들은 어디로 날아간 것일까. 새들이 돌아오지 않는 땅에서 인간은 행복할까. 먼 데서 페루 민요 ‘엘 콘도르 파사’의 애잔한 선율이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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