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해럴드 핀터는 수상 기념 연설의 상당 부분을 이라크 침공 등 미국의 대외정책 비판에 할애했다. 그는 중요한 사례로 자신이 분쟁 조정에 참여했던 니카라과의 비극을 들었다.
“미국은 니카라과의 소모사 독재정권을 40년 이상 지원했다. 1979년 민중들은 산디니스타와 함께 소모사를 축출하는 혁명에 성공했다. 사형제도가 폐지됐고 가난에 허덕이던 수십만 농민들이 구조됐다. 농민이 농지를 분배받았고 많은 학교가 세워졌다. 무상교육, 무상의료가 실시됐다. 그러나 미국은 산디니스타의 이같은 업적을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선동으로 깎아내렸다. 미국의 경제봉쇄와 3만명의 희생자는 니카라과 민중의 저항정신을 꺾었다. 결국 미국은 1990년 산디니스타 정권을 전복시켰다.”
2차대전 후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우익 군사정권을 지원하거나 정권 자체를 만들어냈다. 거기에는 우루과이, 브라질, 파라과이, 아이티,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칠레 등 중남미 국가들도 많이 포함됐다. 핀터는 미국의 대외정책 때문에 수십만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런 범죄행위에 대해 세상이 무관심했다고 개탄했다.
- 신자유주의 실패 변화 불러 -
그러나 세상사가 그렇듯 미국의 추한 과거도 그냥 덮이지는 않는 것 같다. ‘미국의 뒷마당’에서 강하게 불고 있는 좌파 바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나라마다 편차는 있지만 이 바람의 공통된 코드는 ‘반미’로 규정할 수 있다.
1998년 당선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나 작년 말 당선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당선자는 철저한 반미주의자다. 지난 15일 칠레 대선에서는 집권 중도좌파 연합의 여성 후보 미첼 바첼렛이 승리했다. 현재 중남미 좌파 정권은 7곳인데 올해도 멕시코, 페루, 니카라과에서 새 좌파 정권이 들어설 전망이다.
이 ‘좌파 도미노’ 현상의 근본 원인은 신자유주의의 실패다. 80년대 이후 중남미 우파 개혁정부들은 신자유주의적 시장개방 모델을 채택해 수출 주도의 성장을 모색했다. 그러나 긴축재정, 무역·금융자유화, 민영화 등 경제개혁은 빈곤과 실업, 양극화의 심화를 가져왔다.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했고 페루, 볼리비아, 칠레 등 거의 모든 중남미 국가가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남미 인구 5억5천만명 가운데 2억2천만명이 빈곤층이며 1억명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절대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81년부터 90년까지 ‘잃어버린 10년’ 동안 중남미 18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하락했다. 중남미의 변화 바람이 ‘절망적인 경제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의 지적은 핵심을 찌른 것이다. 이 사태의 책임론은 IMF와 미국으로 쏠렸다. IMF는 잘못된 처방을 제시했고 그 뒤에는 신자유주의를 IMF의 정책기조로 채택케 한 미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 중남미에 반미물결 확산 -
중남미의 좌파 바람은 미국이란 거인과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자유주의를 거부하고 경제주권을 회복하겠다는 열망의 몸짓이다. 그래서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이 움직임이 실험 수준을 넘어 의미있는 대안으로 정착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이 지역에 강한 전통으로 남아 있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다. 나라 곳간을 열어 저소득층의 임금을 올려주고 복지를 늘리며 중산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한 선심정책은 결국 세계 5위의 부국이었던 아르헨티나 경제를 거덜냈다. 포린 어페어스지는 중남미 정부들이 표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과 반미주의에 의존했다고 지적했다.
9·11테러 후 미국의 중남미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었고 이에 따라 양측 관계는 급속도로 소원해졌다. 그러나 좌파 바람을 타고 반미물결이 확산되고 심지어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쿠바 등을 중심으로 ‘반미벨트’가 형성되려는 조짐이 보이자 미국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오는 24일부터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는 ‘미주사회포럼’이 열릴 예정이다.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이 행사는 중남미 좌파 정부들이 다시 한번 결속을 다지는 장이 될 것 같다.
“미국은 니카라과의 소모사 독재정권을 40년 이상 지원했다. 1979년 민중들은 산디니스타와 함께 소모사를 축출하는 혁명에 성공했다. 사형제도가 폐지됐고 가난에 허덕이던 수십만 농민들이 구조됐다. 농민이 농지를 분배받았고 많은 학교가 세워졌다. 무상교육, 무상의료가 실시됐다. 그러나 미국은 산디니스타의 이같은 업적을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선동으로 깎아내렸다. 미국의 경제봉쇄와 3만명의 희생자는 니카라과 민중의 저항정신을 꺾었다. 결국 미국은 1990년 산디니스타 정권을 전복시켰다.”
2차대전 후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우익 군사정권을 지원하거나 정권 자체를 만들어냈다. 거기에는 우루과이, 브라질, 파라과이, 아이티,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칠레 등 중남미 국가들도 많이 포함됐다. 핀터는 미국의 대외정책 때문에 수십만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런 범죄행위에 대해 세상이 무관심했다고 개탄했다.
- 신자유주의 실패 변화 불러 -
그러나 세상사가 그렇듯 미국의 추한 과거도 그냥 덮이지는 않는 것 같다. ‘미국의 뒷마당’에서 강하게 불고 있는 좌파 바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나라마다 편차는 있지만 이 바람의 공통된 코드는 ‘반미’로 규정할 수 있다.
1998년 당선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나 작년 말 당선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당선자는 철저한 반미주의자다. 지난 15일 칠레 대선에서는 집권 중도좌파 연합의 여성 후보 미첼 바첼렛이 승리했다. 현재 중남미 좌파 정권은 7곳인데 올해도 멕시코, 페루, 니카라과에서 새 좌파 정권이 들어설 전망이다.
이 ‘좌파 도미노’ 현상의 근본 원인은 신자유주의의 실패다. 80년대 이후 중남미 우파 개혁정부들은 신자유주의적 시장개방 모델을 채택해 수출 주도의 성장을 모색했다. 그러나 긴축재정, 무역·금융자유화, 민영화 등 경제개혁은 빈곤과 실업, 양극화의 심화를 가져왔다.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했고 페루, 볼리비아, 칠레 등 거의 모든 중남미 국가가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남미 인구 5억5천만명 가운데 2억2천만명이 빈곤층이며 1억명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절대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81년부터 90년까지 ‘잃어버린 10년’ 동안 중남미 18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하락했다. 중남미의 변화 바람이 ‘절망적인 경제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의 지적은 핵심을 찌른 것이다. 이 사태의 책임론은 IMF와 미국으로 쏠렸다. IMF는 잘못된 처방을 제시했고 그 뒤에는 신자유주의를 IMF의 정책기조로 채택케 한 미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 중남미에 반미물결 확산 -
중남미의 좌파 바람은 미국이란 거인과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자유주의를 거부하고 경제주권을 회복하겠다는 열망의 몸짓이다. 그래서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이 움직임이 실험 수준을 넘어 의미있는 대안으로 정착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이 지역에 강한 전통으로 남아 있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다. 나라 곳간을 열어 저소득층의 임금을 올려주고 복지를 늘리며 중산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한 선심정책은 결국 세계 5위의 부국이었던 아르헨티나 경제를 거덜냈다. 포린 어페어스지는 중남미 정부들이 표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과 반미주의에 의존했다고 지적했다.
9·11테러 후 미국의 중남미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었고 이에 따라 양측 관계는 급속도로 소원해졌다. 그러나 좌파 바람을 타고 반미물결이 확산되고 심지어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쿠바 등을 중심으로 ‘반미벨트’가 형성되려는 조짐이 보이자 미국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오는 24일부터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는 ‘미주사회포럼’이 열릴 예정이다.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이 행사는 중남미 좌파 정부들이 다시 한번 결속을 다지는 장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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