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지도자와 연예인은 비슷한 속성이 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산다는 점이다.
무슨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도니, 차기 대권주자의 지지도니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가수나 배우의 인기도와 별반 차이 없다. 지역구민, 국민에게 얼마나 지지를 얻느냐는 정치인에게 사활적 의미를 지닌다. 민심이 떠나버리면 정치생명도 그걸로 끝이란 뜻에서다.
이 때문에 정치인은 끊임없이 민심에 집착한다. 이 집착이 심해지면 민심이 떠난 지 오랜데도 국민이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가 이런 착각에 빠진 채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고 한다. 카다피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한 개인 경호원의 증언에 따르면 카다피는 반군에게 트리폴리가 함락된 뒤에도 “리비아 국민은 나를 사랑한다”고 믿었다.
이 때문에 권좌에서 물러나 리비아를 떠나라는 측근들의 권유를 거부하는 등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제 나라 국민을 상대로 무자비한 살육행위를 저지르고도 “국민은 날 사랑한다”고 믿었다니 어이가 없다.

그러나 이것은 극단적 사례일 뿐 주위를 둘러보면 비슷한 일들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정치지도자뿐 아니라 재벌 총수, 무슨 대형교회 목사 등 여러 분야 지도자들이 이런 자아도취성 착각을 하고 있다.
사람이라면 착각에 빠질 수도 있고 지도자라고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이들의 착각이 장삼이사(張三李四)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적이란 점이다. 카다피의 착각은 독재와 만행의 자양분이 됐다. 무한한 권력욕과 착각은 비례하는 것 같다.

이런 착각은 일차적으로 본인 잘못이다. 본인 성향에 문제가 있으니까 자아도취에 빠지는 거다. 그래서 이를 경계하는 리더십학, 사장학(社長學)이란 것도 있고, 지도자에게 꼭 필요한 자질로 통찰력, 균형감각을 꼽기도 한다. 이런 자질을 갖춘 지도자라면 최소한 터무니없는 착각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주위에서 착각을 부추기는 경우다. 언젠가 이승만 대통령이 방귀를 뀌자 어느 장관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했다던가.

지도자가 착각하면 피해는 국민 몫이다. 따라서 착각을 제어하는 국민의 능력이 중요하다. 그 점에서 착각의 으뜸은 가짜 지도자를 진짜로 착각하는 게 아닌가 한다.

<김철웅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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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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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제원 2011.10.31 22: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존 시각 주셔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