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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닷컴] 우리는 아직 더럽게 후진국이다 오지 여행가, 긴급구호 활동가 한비야는 책 에서 이렇게 말했다. “외국에서 낯선 사람끼리 만나면 맨 처음 물어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이름일까? 천만에. 어느 나라 사람이냐다. 국제회의에서 모르는 참가자들끼리 만날 때에도 명찰에 써 있는 국적이 이름보다 훨씬 궁금하다.” 그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나를 확인시키는 첫 번째 창은 한비야가 아니라 ‘한국인’이었다고 말한다. 국가와 민족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아온 그에게서 이런 얘기는 다소 뜻밖이다. 우리는 어떤 나라에 살고 있을까. 우선 분단국가다. 한국은 사실상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다. 잊고 살다가도 며칠 전 북한이 개성 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것을 보며 실감하게 된다. 내가 분단국가에 살고 있었지! 한국은 또 어떤 나라일까. 우울한 이.. 더보기
[논객닷컴] 40년 만에 실린 ‘바로잡습니다’ 오보(誤報)도 천태만상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가 작년 한 해 동안 신문에서 어떤 오보가 있었는지를 지난 2월 조사해봤다. 오보의 기준은 정정보도를 뜻하는 ‘바로잡습니다’ 사고(社告)의 대상이 됐는지였다. 이는 해당 언론사가 스스로 기사내용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고친다는 뜻이다. ㄱ신문은 2019년 1월 7일자 사설에서 작지만 황당한 실수를 저질렀다. 한·일 간 레이더 공방으로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됐다면서 “한국 쪽에서 화기관제 레이더를 조사(照射)한 게 맞는다면 정식으로 사과하고 재발을 약속하면 끝날 사안이다”라고 썼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을 ‘재발을 약속하면’으로 쓴 것이다. 가장 많이 한 것은 단순 표기 실수였다. 총 69건의 정정보도에서 절반 이상인 38건이 이 경우였다. 가장.. 더보기
[논객닷컴] ‘기지촌 여성 지원 조례’, 의미가 크다 며칠 전 필자는 처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가벼운 논쟁을 벌였다. 지난달 말 경기도 의회가 주한미군 부대 주변 ‘기지촌 여성’의 생활안정 등을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한 것을 두고서였다. 나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 조례가 제정된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처는 그런 조례가 나온 것을 무분별한 복지 확대로 규정하고, 그런 곳보다 더 절실한 곳에 써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해석하자면 ‘소나 개나 복지 혜택에 눈독을 들이는데, 그러면 안된다’는 거였다. 처의 정치 성향은 이른바 ‘대깨문’은 아니지만 문빠 쪽은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도 이런 생각이었다. 한 진보 신문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니 비슷한 취지였다. ‘…그 시절 양공주 양공주 하면서 외제차 몰고 해외 물건 비싸게 팔아먹던 여자들이 이제는 .. 더보기
[논객닷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 사라지는 우체국 교육자 이오덕은 아동문학가 권정생과 젊은 시절 주고받은 편지를 잘 보존하고 있었다. 그 편지들을 책으로 펴낸 게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2003)이다. 세상에 이렇게 빛나는 우정의 편지가 또 있을까. “이오덕: 어느 골짜기 양지바른 산허리에, 살구꽃 봉오리가 발갛게 부풀어 올라 아침 햇빛에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것을 보고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권정생: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떳떳함만 지녔다면, 병신이라도 좋겠습니다. 양복을 입지 못해도, 친구가 없어도, 세 끼 보리밥을 먹고살아도, 나는 종달새처럼 노래하겠습니다.” 한 일간지에 연재중인 출판인 김언호씨의 회고록에 며칠 전 이런 내용이 소개됐다. 새삼 상기시키고 싶은 게 있다. 두 사람이 아름다운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것은 우체국.. 더보기
[논객닷컴] 최고임금제, 이치는 맞는데 왜 지지부진할까 세상이 온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뉴스다. 덕분에 다른 소식들, 특히 총선을 두 달 남겨둔 정치권 뉴스는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건 코로나 바이러스 탓만도 아니다. 동아일보는 며칠 전 ‘원내정당 10개…비전·가치 대신 정략·꼼수 판치는 후진 정치’란 사설에서 “원내정당의 이합집산이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념대결을 넘어서는 정책이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런 정치판이지만 의미 있고 신선한 뉴스도 가끔은 있다. 그런 것으로 필자는 최고임금제 도입에 관한 뉴스를 꼽고 싶다. 정의당은 지난달 29일 올해 총선 3호 공약으로 최고임금제를 발표했다. 심각한 임금 불평등 해소를 위해 국회의원-공공기관-민간기업의 최고임금을 최저임금과 연동시키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