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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국가경쟁력  

경쟁력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자본주의에서 경쟁력은 곧 성공의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다. 국가경쟁력도 그렇다. 국가와 국민의 부를 늘릴 수 있는 능력은 곧 선이다.
엊그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내놓은 국가경쟁력 평가는 그래서 우리에게 고무적이다. IMD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59개국 가운데 22위로 3년 연속 상승했다. 1997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순위다. 여러 신문이 ‘한국 국가경쟁력 역대 최고’라고 크게 보도했다. 
 
그러나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이와 정반대의 평가도 있다는 점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9월 발표한 국가경쟁력지수는 139개 나라 가운데 22위였는데 3년 연속 떨어진 것으로 돼 있다. 2007년 11위를 정점으로 2008년 13위, 2009년 19위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 20위 밖으로 밀려났다.
같은 스위스에 있는 IMD와 WEF가 각각 봄과 가을에 내놓는 국가경쟁력 평가는 이 분야의 양대 지표로 꼽힌다. 두 기관에서 이렇게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은 통계 평가항목의 차이, 설문 응답자의 주관 개입 정도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결과 앞에서 얻는 결론은 남들이 하는 국가경쟁력 평가도 잘 걸러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관에 따라 평가가 들쭉날쭉하다는 것은 그들의 신뢰성 문제도 제기하지만 크게 호들갑 떨 일이 아니라는 뜻도 된다.
가령 1위를 지켜오던 미국은 지난해 싱가포르, 홍콩에 이어 3위로 밀렸다가 다시 1위가 됐지만 천문학적 빚더미 위의 국가가 경쟁력 1위란 평가도 의아하다. 따라서 이번 평가를 놓고 “빨리 20위권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우자”거나 “이참에 경쟁력도 세계 13~14위인 경제력 수준까지 끌어올리자”고 다짐하는 것도 민망하다. 순위 상승 자체가 어느 틈에 목표가 되어버리는 격이다. 

우리는 남의 시선으로 우리의 성취와 가치를 확인하는 데 너무 길들어 있다. 그러다보니 “외모도 경쟁력”이란 말이 당연시되는 세태다. 하지만 국가는 경쟁력 때문에 존재하는 게 아니다. 국가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경쟁력이나 선진화가 아니라 제대로 된 법치, 공정사회다. 경쟁력은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갖춰지고 선진국 대접도 받는다. 

국가경쟁력 말고 국가행복지수란 것도 있다. 영국 신경제재단(NEF)은 주관적 삶의 만족도, 환경, 기대수명 등을 반영해 국가별 행복지수를 산출하는데 한국은 2009년 143개 나라 가운데 68위였다. 1위는 중미의 소국 코스타리카였다. 국가경쟁력에 신경 안 쓰고도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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