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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정보기관 개혁하기

공교롭게도 한국과 미국 두 나라에서 정보기관 개혁이 관심사다. 우리 국정원은 대선개입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가,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비밀 전자 감시 프로그램 프리즘의 존재가 폭로된 것이 계기다.

그런데 정보기관의 개혁이란 게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국정원 개혁문제를 놓고 극심한 진통이 벌어지는 것을 목도하고 있는 대로다. 어느 조직이든 개혁에 거부반응을 보이게 돼 있다. 당장 내부 저항에 부딪치게 된다. 하물며 정보기관이라면 더 강한 저항을 부를 수밖에 없다. 왜 그런가.

정보기관은 권력기관으로 인식된다. 스스로도 외부에서도 그렇다. 또 고급정보를 권력자에게 전달하는 업무 성격은 비밀주의를 체질화한다. 국정원법에 따르면 국정원은 대통령 소속이며 국가안전보장 업무를 한다. 주요 직무는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 등이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는 곳이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 개입 국정조사특위에 기관보고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그러다보니 착시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런 일을 하는 자기 행위 자체가 ‘거룩한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달 말 국회 정보위에 나가 “야당이 자꾸 공격하니까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이 무단 공개의 심리에 ‘거룩한 명분’에 대한 착시가 섞여있지 않나 한다. 그 며칠 전 여야가 국정원 국조에 합의하자 국정원이 발칵 뒤집혔다고 한다. 국조를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그 명분은 조직보호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국정원에다 대고 “개혁안을 스스로 마련하라”고 했다. 국정원 개혁 문제의 본질은 바로 이 대목이다. 국정원쯤 되는 조직이 외부로부터의 개혁에 저항하는 건 그럴만도 하다고 본다. 그 정보기관을 정치적 수단으로 붙잡고 있으려는 태도가 개혁을 막는 것이다.

미국 NSA에 대해서도 개혁이 물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프리즘을 폭로했을 때만 해도 NSA 권한을 축소하라는 여론이 높게 일었으나 예의 테러 징후 정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테러 정보야말로 NSA가 건재해야 할 이유란 것이다. 우리와 경우는 좀 다르지만 이러다 NSA 개혁도 유야무야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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