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김철웅 칼럼] 노래와 세상2-시민들이 탄핵 집회에서 부른 노래는

김철웅 2026. 5. 3. 21:05

2024년 12월7일 서울 여의도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시사IN 포토

 이런저런 계기로 노래는 마음에 와닿는다. 구식 표현으로 ‘십팔번’이 되기도 한다. 클래식을 포함해 저마다 좋아하는 노래가 서너곡은 있다. 그런데 노래 취향은 참으로 다양하다. 사람들의 애창곡을 보면 알 수 있다. 트로트, 포크, 발라드, 록, 댄스음악…. 하고많은 노래 가운데 그 사람이 유독 그 노래를 고르게 되는 이유는 뭘까?(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대중음악은 36만곡이나 된다. 그중 리메이크 등으로 중복된 곡을 빼더라도 족히 10만곡은 되지 않을까 한다.) 중·노년층은 트로트, 젊은이들은 힙합이나 댄스음악, 그런 구분이 가능한가. 이런 세대별 구분도 하지만 무슨 뚜렷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필자의 경우 펄 시스터스의 <커피 한잔>을 들으면 장OO란 고교 동창이 떠오른다. 50년이 지났어도 그가 이 노래를 웃기게 개사해 부른 게 기억나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때 김영춘이 부른 <홍도야 우지 마라>는 조OO, 성재희의 <보슬비 오는 거리>는 구OO, 이수영의 <하얀 면사포>는 박OO, 서유석의 <그림자>는 노OO 등, 어떤 노래를 들으면 저절로 이 친구들이 생각난다. 추억도 덤으로 따라온다. 이 노래들이 애창곡이 된 계기도 제각각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정치적 이유로 노래에 검열과 통제가 가해지기도 했다. 먼저 김민기의 경우다.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 그와 그의 곡 <아침 이슬·1970>이 겪은 고초는 터무니없다. 당시 예술문화윤리위는 1975년 뚜렷한 사유 없이 금지곡 처분을 내렸다. 대학생들의 유신(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1972년 10월 17일 선포) 반대 시위 현장에서 많이 불렸기 때문인 듯하다. 당시 그는 군 복무 중이었다. 김민기는 영문도 모른 채 보안부대에 소환됐고 곧이어 최전방으로 재배치돼 사단 영창에 보내졌다. 

 이런 적도 있다. 1980년대 초 모 수사기관에 또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수사관은 <아침 이슬> 가사에 나오는 ‘긴 밤’을 유신 체제로, ‘태양’을 김일성 체제라고 해석한 대외비 책자를 펼쳐놓고 추궁했다. 이 노래가 “긴 유신 체제의 밤을 마감하고 민족의 태양이신 김일성을 열렬히 맞이하자”는 내용 아니냐는 것이었다. 김민기가 되물었다. “이 노래는 1970년에 만든 거다. 10월 유신 선포가 몇 년도였느냐.” 

<아침 이슬> 가사는 이렇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 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이번엔 노래 <광야에서> 이야기다. ‘민중가요’로 분류되는 이 곡은 1984년 문대현이 작사·작곡했다. 그는 당시 22살 성균관대 82학번이었다. 공교롭게 이 노래는 필자와 개인적 인연이 조금 있다. 6년에 걸친 언론중재위원회 서울6중재부(서울 프레스센터 소재) 위원을 마치고 퇴임한 게 2024년 8월 말이었다. 중재위를 떠나며 내가 작별 인사로 부른 노래가 <광야에서>였다. 6년 임기를 마친 소회를 담아 불렀던 거 같다.

<광야에서> 가사
찢기는 가슴 안고 사라졌던 이 땅의 피울음 있다
부둥킨 두 팔에 솟아나는 하얀 옷의 핏줄기 있다
해 뜨는 동해에서 해 지는 서해까지
뜨거운 남도에서 광활한 만주 벌판
우리 어찌 가난하리오 우리 어찌 주저하리오
다시 서는 저 들판에서 움켜쥔 뜨거운 흙이여

 그해 말, 그러니까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갑자기 비상계엄을 발동했다. 그러자 전국적으로 탄핵 촉구 시위가 벌어졌다. 현장에서 불려진 노래 가운데 <아침 이슬> <광야에서>도 포함되었다. 촛불 시민들이 합창한 이 노래들이 ‘시대의 송가’였다면 과장일까. 주요 구호는 “내란에 동조 말고, 탄핵안 동참하라”였다. 

 그럼에도 계엄은 현재진행형이란 시각도 있다. 지난 1일자 한겨레 사설 제목은 <‘윤석열 내란’ 참회 없는 정진석, 국힘은 ‘공천 배제’ 결단해야>였다. 사설은 “정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6·3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충남 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염치없는 궤변이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이 ‘비상 상황’을 맞게 된 데에 정녕 자신의 책임이 없단 말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된 직후에는 대통령실 컴퓨터 1천여대를 초기화하라는 지시를 한 혐의로 지금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썼다.

[필자약력]
전 경향신문 논설실장,  국제부장,  모스크바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