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흑백대결, 또는 화합

김철웅 2026. 4. 27. 12:45

2008.05.21 17:56 김철웅 논설위원

1970년대 초반으로 기억한다. 미국에서 ‘블랙 앤드 화이트’란 팝송이 히트해 한국에서도 유행했던 것이. ‘스리 도그 나이트(Three Dog Night)’란 재미있는 이름의 그룹은 노래한다. “잉크는 검은 색이고 페이지는 하얀 색이에요. 둘 덕분에 우리는 읽고 쓰기를 배우지요. 한 아이는 검고 한 아이는 하예요. 온 세상이 이것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아요(The ink is black, the page is white. Together we learn to read and write. A child is black, a child is white. The whole world looks upon the sight. A beautiful sight)”

이 곡은 당초 1955년 공립학교에서의 인종분리를 불법으로 본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고무받아 작곡된 것이라고 한다. 다분히 이념적인 이 노래가 빌보드 차트 1위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미국 사회 분위기와도 관련 있다. 바로 흑인 민권운동의 고조다.

마르틴 루터 킹 목사는 이 운동의 대표적 지도자였다. 킹은 흑인과 백인이 화합하는 인종차별 없는 사회를 꿈꾸었다. 그런 점에서 통합주의(integrationism) 신봉자였다.

#Black & White 1972

흑인 저항운동에는 또다른 흐름이 있었다. 그것은 말콤 엑스로 대표되는 흑백 분리주의(segregationism)였다. 그는 철저한 백인지배 국가에서 통합주의는 허구라고 비판하며 흑인들이 정체성을 찾아 급진적 해방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두 사람은 60년대 중·후반에 각각 암살당해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살아 돌아온다면 공히 깜짝 놀랄 대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아버지가 아프리카 출신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의원을 제치고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은 것이다. 이는 곧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와 미국 사상 첫 대선 흑백대결이 펼쳐지게 됐음을 의미한다. 그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결과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궁금증들이 꼬리를 문다. 과연 인종의 용광로라는 미국 사회에서 표심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오바마가 취약층인 백인노동자들을 붙잡을 수 있을까. 흑인보다 인구가 더 많아진 히스패닉은 어디로 향할까.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짙어질 조짐인 인종주의적 투표성향이 팝송 ‘블랙 앤드 화이트’를 그야말로 ‘흘러간 옛노래’에 그치게 하는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