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주한미군은 은인?
2003.01.05 18:08〈김철웅·국제부장〉
한·미동맹 50주년을 맞은 새해 초부터 주한미군 철수 논란이 곳곳에서 피어오르고 있다. 지난해 여중생 사망사건과 반미시위의 연장선에 놓여 있는 이번 논란은 대선국면에서 펼쳐진 촛불시위의 본래 의미가 변질돼 정치화·폭력화되고 있다는 주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 촛불시위가 지나치게 반미에 기울고 있으며, 특히 시위 과정에서 등장한 주한미군 철수 구호가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해말 시위대 일각에서 미군철수란 구호가 흘러나오면서 자칭 우익들은 패닉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과연 미군은 우리에게 은인인가, 미군이 지키려는 것은 무엇인가, 미군은 철수 주장에 따라 철수할 것인가의 문제다. 미군이 한국의 은인이란 생각은 아직도 반공교육 세대에 뿌리깊게 남아있다. 그러나 남북관계 발전과 냉전해체에 따른 좌파 수용의 분위기에 따라 이같은 의식은 점차 희석되고 있다.
최근 미국 보수파들 사이에서도 한국에서의 반미감정 확산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보수파 논객 윌리엄 새파이어는 지난 연말과 올해초 2차례 걸쳐 칼럼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그의 논지는 “북핵문제를 유엔으로 가져갈 게 아니라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대화는 한국인들끼리 하라고 하라”는 것이었다.
헤리티지 재단의 에드윈 퓰너 이사장은 “한국정부가 원한다면” 미국 의회가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재단이 지난해 10월18일자로 내놓은 북핵관련 보고서는 한·미공조체제 강화를 주문하면서 필요할 경우 현재의 미 지상군을 증강해야 한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이같은 모순적 입장으로 미루어 미국 보수파의 미군철수 주장이 현실화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리영희 교수(1929~ 2010) 사진 위키백과
리영희 교수는 지난 수십년간 남한은 주한미군의 존재 없이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이란 ‘자기최면’에 빠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한·미 관계에 불협화음이 일 때마다 미국이 ‘미군철수’라고 한마디 외우기만 하면 한국정부와 대중은 무릎을 꿇고 목숨을 애걸하곤 했다는 것이다. 리교수는 주한미군과 한국의 안보는 (한국의 국익이 아니라) 미국의 국익에 따른 것이라고 단언한다. 여기서 국익이란 한반도 전쟁 억제를 통한 동북아 지역안보·패권 유지라는 사실은 미국 정부 책임자들도 공언해 온 것이다.
미국은 현재 세계패권전략에 기초한 5개 군사령부를 통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해외에 20만명이 넘는 군대를 주둔시키고 모든 대양에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하고 있다. 새파이어는 “미국은 제국주의 세력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필요없다고 결정한 나라에는 있을 자리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역시 ‘제국’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 나라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이 동북아에서 지키려는 것은 자국의 이익 때문이며 따라서 한국과 미국에서 나오는 미군철수 주장에 지나치게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 이미 1953년 당시 36만명이었던 미군은 3만7천명으로 줄었다. 한반도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진정한 의미에서 ‘자주국방’ 자세의 필요성을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