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웅 칼럼
민주주의에 대한 윤석열 후보의 편협한 인식
김철웅
2021. 12. 28. 12:57
※이 칼럼은 한 인터넷매체에 기고했으나 나가지 않은 것을 블로그에 올립니다.
김어준은 책 ‘닥치고 정치(2011)’에서 나중에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된 박근혜의 정신세계를 정리한 적이 있다. “그 사람들(친박연대) 모아놓고 박근혜의 철학이 뭔지 구체적으로 쓰라고 시험 쳐봐. 전원이 한 페이지도 못 넘긴다. 쓸 게 없어.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하며, 국가는 번영해야 하고, 외세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야 한다. 딱 세 줄 쓰면 끝이야.”
사람들은 박근혜를 긴 세월 알고 살아왔지만 그가 정작 어떤 정치인인지는 아는 게 없었다. 인지도가 사실상 100%인 현역 정치인이 이렇다는 건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그의 정치철학이나 논리는 상당 부분 미지의 영역이다. 이건 달리 말하면 정답이 항상 나와 있다는 뜻과 통한다. 그 정신세계가 사실상 최순실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다는 점은 훗날 밝혀졌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예측불허와 예측가능과의 관계도 그렇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행보는 박근혜 당시 후보와 닮은 점이 있는 듯하다. 윤 후보는 지난 25일 방영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TV토론을 벌이는 것에 대해 “정책 토론을 많이 하는 게 별로 그렇게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토론을 하면 서로 공격과 방어를 하게 되고 자기 생각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라며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그걸 시청자들이나 전문가들이 보고 스스로 판단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경선에서 16번 했지만, 그 토론 누가 많이 보셨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 후보를 포함한 상대 진영에선 즉각 반박 입장이 나왔는데, 그중 민주당 선대위 강선우 대변인이 한 말이 와 닿는다. 그는 페이스북에 “싸움을 핑계로 토론 회피의 명분으로 삼았으나, 결국 윤 후보는 자질 검증, 도덕성 검증, 정책 검증이 무섭다고 자인한 것”이라며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에 대한 예의도 저버린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