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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연결하라
김철웅
2021. 9. 17. 21:41
오래 전 필자는 영국 작가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의 소설 ‘하워즈 엔드’를 번역·출간한 적이 있다. 속표지의 ‘오직 연결하라(Only Connect)’는 특이한 제사(題辭)가 지금도 기억난다. 여기에 소설의 주제가 압축돼 있다. 작가는 성격과 출신, 가치관이 판이하게 다른 두 집안, 즉 세속적인 윌콕스가(家)와 이상을 추구하는 슐레겔가 남녀의 갈등과 화해를 정교한 필치로 그려냈다. 이는 스토리가 ‘대립으로부터 연결로’ 옮겨간다는 것을 암시한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하워즈 엔드'(1992)의 한 장면. 헨리 윌콕스로 분한 앤서니 홉킨스(왼쪽)과 매거릿 슐레겔로 분한 엠마 톰슨. 두 집안 남녀의 대립과 ‘연결’을 정교한 필치로 그려냈다.
오래된 기억이 떠오른 건 최근 한 기사를 읽으면서다. 유엔 산하 환경재해 연구기관인 유엔대학 환경 및 인간안보연구소(UNU-EHS)는 지난 8일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보고서 제목이 ‘상호 연결된 재해 위험 2020/2021(Disaster Risks in an Interconnected World)’였다. 소설이나 보고서나 ‘연결’을 강조하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보고서는 북극 빙하를 녹인 폭염과 미국 텍사스에 대규모 정전 사태를 불러일으킨 한파, 브라질 아마존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에서 중국의 주걱철갑상어 멸종 등 지난 1년간 발생한 10가지 굵직한 재난을 분석했다. 보고서가 다룬 10개 재난은 아마존 산불, 북극 폭염, 텍사스 한파, 코로나19 대유행, 사이클론 암판, 아프리카 사막 메뚜기떼, 레바논 베이루트 폭발 사고, 베트남 홍수, 양쯔강 주걱철갑상어 멸종,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파괴 등이다.

그러면서 내린 결론은 “전 세계 각기 다른 장소에서 발생한 별개의 재난들은 탄소 배출과 환경 파괴를 고리로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었다. 더 압축하면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