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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닷컴] 우리는 아직 더럽게 후진국이다
김철웅
2020. 6. 19. 06:47
오지 여행가, 긴급구호 활동가 한비야는 책 <중국견문록>에서 이렇게 말했다.
“외국에서 낯선 사람끼리 만나면 맨 처음 물어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이름일까? 천만에. 어느 나라 사람이냐다. 국제회의에서 모르는 참가자들끼리 만날 때에도 명찰에 써 있는 국적이 이름보다 훨씬 궁금하다.”
그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나를 확인시키는 첫 번째 창은 한비야가 아니라 ‘한국인’이었다고 말한다. 국가와 민족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아온 그에게서 이런 얘기는 다소 뜻밖이다.
우리는 어떤 나라에 살고 있을까. 우선 분단국가다. 한국은 사실상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다. 잊고 살다가도 며칠 전 북한이 개성 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것을 보며 실감하게 된다. 내가 분단국가에 살고 있었지!
한국은 또 어떤 나라일까. 우울한 이야기를 더 해야 겠다.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국가로부터 외면당한 채 죽어가는 나라다. 지난 3일 광주에서 20대 중증 발달장애인 아들과 50대 어머니가 차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의 죽음에도 코로나19는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로 주간보호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어머니 ㄱ씨는 아들을 돌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ㄱ씨는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아들의 몸무게가 석 달간 10㎏ 이상 빠지자 지난달 다시 집에 데려왔다. 이후에도 아들이 지낼 곳을 수소문했지만 찾지 못했고 다시 아들을 정신병원에 보내기로 한 날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6월 1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최근 사망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추모하고 내실 있는 지원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지난 3월 제주에서도 같은 이유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발달장애인 아들과 어머니가 세상을 등졌다. 하지만 모든 것을 코로나의 습격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매년 비슷한 죽음은 있었다. 2013년 10월과 11월 부산과 서울에서, 2014년 3월 경기도 동두천에서, 2015년 1월과 3월 대구와 서울에서, 2016년 3월 울산에서, 2018년 11월 서울에서…. 부모 또는 형제자매가 발달장애 가족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이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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