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칼럼
[신문로] 정의는 패배하고 있을까
김철웅
2020. 6. 11. 13:04
미국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눌려 사망한 사건이 촉발한 항의시위는 미국을 넘어 전세계로 확산됐다. 한국 충남 천안에선 계모에 의해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갇혔다가 중태에 빠진 9살 초등학생이 끝내 숨졌다. 두 비극적 사건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까.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흑백분리와 차별을 규정한 짐크로법이 1965년 폐지됐음에도 아직도 상존하는 흑인에 대한 구조적 차별, 인종갈등의 필연적 결과란 성격이 있다. 플로이드가 백인 경관 무릎에 짓눌려 숨져간 시간 8분 46초는 이중의 상징성을 획득했다. 하나는 미국 사회에 여전한 인종차별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죽음에 대한 항의다.
초등학생 사망사건도 구조적 모순의 결과란 점은 똑같다. 지난해 9월 인천에서는 5살 남자아이가 손발이 묶인 채 계부에게 맞아 숨진 사건이 있었다. 아이는 2년여 동안 보육원에 있다가 계부와 친모 집으로 가 26일 만에 싸늘한 주검이 됐다. 지난 1월엔 경기도 여주에서 9살짜리 남아가 찬물이 담긴 욕조에 1시간 가량 앉아있다가 숨졌다. 사건의 성격이 단발성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미국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의 가혹 행위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추도식이 8일(현지시간) 텍사스 주 휴스턴의 파운틴 오브 프레이즈 교회에서 열리자 그의 관 앞에 조문객들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플로이드의 동생인 필로니즈 플로이드는 백인 경찰 폭력에 희생된 흑인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우리는 정의를 실현할 것”이라고 울먹였다. 휴스턴|AFP연합뉴스